[김갑식 기자의 뫔길]달라이 라마의 방한 왜 한국서만 문제 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당신을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하는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수행자일 뿐입니다. 제가 신이라면 목이 마르지 않겠지요.”

그러면서 그는 웃으며 물을 한 모금 마시곤 합니다. 한 책에 묘사된 이 수행자는 바로 달라이 라마(80)입니다. 이 짧은 대화에선 달라이 라마의 하심(下心·자신을 낮춤)과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아 온 종교인이 달라이 라마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죠. 노벨평화상을 포함한 수많은 인권상 수상자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 초반 한 독일 잡지는 현존 인물 중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을 고르라’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응답자의 33%가 달라이 라마를, 그 다음으로 많은 14%가 교황을 선택했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방한추진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금강 스님(해남 미황사 주지)은 최근 간담회에서 그의 근황을 전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중요한 일이 있어도 한국에 가는 일이 최우선이다. 한국 정부만 허락한다면 언제든지 방문하겠다”고 했답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꼭 참배하고 싶다” “김치를 먹고 싶다”는 전언도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추진됐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정부 결정으로 그의 한국행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62개국 이상의 나라를 방문하며 비폭력,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왔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한 해 두세 차례 찾아 법문하고 있는데, 정치인과의 만남은 피하고 종교 행사에만 참석한답니다. 그다운 현인(賢人)의 면모죠.

방한추진회 자료에는 ‘달라이 라마가 방문하지 못하는 세계 유일한 나라가 한국입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물론 중국까지 포함해야겠죠.

여기서 우문(愚問) 하나 던져볼까요? 달라이 라마의 방문이 왜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외교 문제가 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달라이라마#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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