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일 양국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정부 주도의 기금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고수해온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주목된다.
22일 복수의 한일 고위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95년 출범시켰다가 해산된 아시아여성기금의 남은 돈에 일본 정부 예산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금을 만들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 정부가 계획 중인 기금 규모는 3억 엔(약 28억50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 국민들로부터 모금한 5억6500만 엔을 한국뿐 아니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성격의 ‘쓰구나이킨(償い金·속죄금)’으로 사용했다. 당시 일본 정부도 7억5000만 엔을 의료복지비로 내놓았으나 기금 성격을 ‘민간기금’으로 규정했다. 한국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의 책임 회피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대부분이 수령을 거절했었다.
일본 정부는 또 ‘책임’ 문제와 관련해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한 표현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한국 측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기존에 일본 정부가 주장해온 ‘도의적 책임’의 중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가 책임을 느끼고’ 등의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