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다음 달 1일 한중일 정상회의, 2일 한일 정상회담은 동북아 정세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 회동은 그 자체가 ‘빅 이벤트’다. 과거사, 영토 분쟁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한국 일본 중국이 3년 반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3국 정상의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의 향배가 주목된다.
○ 아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언급할까
한일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수위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일본이 한일관계, 미일관계를 고려해 어떤 방식으로든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양국 간 견해차 조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그런 과제를 포함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을 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서로 자국 내 보수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 만큼 “반성하지 않는 나쁜 아베를 왜 만났나” “언제까지 반성만 해야 하나”라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선뜻 물러서기 어려운 처지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한국은 일본에 대해 전향적인 책임 표명을, 일본은 한국에 대해 위안부 동상 철거나 최종적인 사과라는 확답을 듣고 싶어 한다”며 “아베 총리가 ‘아시아 국가에 고통을 주었다’ 같은 기존 발언 수준에서 유감 표명이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 과거사와 경제 분리한 ‘투 트랙’ 필요
전문가들은 과거사와 안보·경제를 분리한 ‘투 트랙’ 접근을 주문했다. 냉정하게 국익을 따져 북핵·통일 등 북한 문제, 안보협력 문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현안과 과거사는 분리해 접근하라는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한미일 3각 협력 복원을 원하고 있고, 한국도 일본과 협력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며 “과거사를 잊지 않되, 과거사 틀 안에서만 양국 관계를 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양국 외교장관이 자주 오가는 이른바 셔틀 외교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의 첫 한국 방문, 6월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첫 일본 방문 등이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셔틀 외교를 정착시켜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오찬 없는 한일 정상회담
3년 반 만에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간 ‘신경전’은 개최 합의 발표 이후에도 이어졌다. 회담 날짜를 ‘11월 2일 오전’이라고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시작 시간을 못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당초 30분 정도 정상회담을 한 뒤 바로 오찬 회동을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오찬 불가’라는 한국 정부의 통보 이후 회담 개최 합의 발표를 미루면서 ‘딴전’을 부렸다. 결국 오찬은 하지 않되 회담 시간을 늘리는 절충점을 찾았다.
중국과 일본도 힘겨루기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내에서는 정상회담 날짜가 1일로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 측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일본에서 언급한 중일회담 개최 시간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한국과 관련된 일정이 예정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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