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여객기 옆으로 아슬아슬 휙휙… 테러 악용 우려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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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어디까지 왔나]

권총을 매달고 원격조종으로 총 쏘는 드론(위). 올 2월에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 대사관 등에 드론이 동시다발로 나타나 파리 
전체가 테러 공포에 빠졌다(가운데). 1월에도 술에 취한 시민이 날린 드론이 백악관 외벽에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나 한동안 이 
일대가 마비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백악관으로 날아가는 드론을 상상해 만든 합성사진(아래). 유튜브 캡처
권총을 매달고 원격조종으로 총 쏘는 드론(위). 올 2월에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 대사관 등에 드론이 동시다발로 나타나 파리 전체가 테러 공포에 빠졌다(가운데). 1월에도 술에 취한 시민이 날린 드론이 백악관 외벽에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나 한동안 이 일대가 마비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백악관으로 날아가는 드론을 상상해 만든 합성사진(아래). 유튜브 캡처
상용화의 길에 들어선 드론이 인류의 금기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군사용으로 쓰이던 드론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 민간인을 살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중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레드라인(Red line)을 마구 넘고 있는 실정이다. 드론의 폐해가 극심해지자 해외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태생부터 ‘무인 살인기계’

세계 각국은 드론을 군사용으로 개발했으나 최근까지 오폭 논란에 휘말려 왔다.

2013년 12월 중동의 예멘 바이다 주에서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차량이 느닷없는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미군이 띄운 드론이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차량으로 오인해 미사일을 쐈던 것이다. 이 사고로 신부와 하객 12명이 숨지고 15명이 크게 다쳤다. 희생자 중에는 알카에다에 저항하는 조직에서 활동하던 부자(父子)도 있었다. 테러 조직을 없애려고 띄웠던 드론이 정반대의 악행을 저지른 것이다.

미군이 드론을 운용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언제 어디서 드론의 기습에 당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영국 탐사보도협회(BIJ)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 4월까지 파키스탄에서 드론 오폭 사고로 숨진 사람은 어린이 207명 등 민간인 960명에 이르렀다. 2012년 6월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부 야히아 알리비가 드론 폭격으로 숨질 당시 민간인 10명도 함께 목숨을 잃었고, 2009년에는 잘못된 정보로 죄 없는 마을 주민 46명이 몰살당했다.

익명의 미군 관계자는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무인기에 달린 카메라로 타깃의 얼굴을 정확히 식별하긴 힘들다”며 “목표물로 추정되는 차량에 누가 탔든 (드론을 조종하는) 군인은 타격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다”며 드론의 허점을 지적했다.

굴지의 유통업체인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이 드론을 상업용으로 이용하는 시대가 열리자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드론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어디서든 테러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각국은 주요 기관에 출몰한 정체불명의 드론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 4월 일본 도쿄 총리관저 옥상에서는 누가 날렸는지도 모르는 드론 1대가 발견됐다. 드론에는 방사능 경고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경찰 조사 결과 미량의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 그 후 드론을 띄운 한 민간인이 체포됐는데, 그는 “원전 재가동에 항의하는 표시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드론을 시위에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핵발전소에 20여 대의 드론이 나타났고, 올해 2월에도 에펠탑, 파리 주재 미국 대사관, 앵발리드 군사박물관 상공에서 여러 대의 드론이 동시 다발로 날아다니자 파리 전체가 긴장에 빠졌다. 프랑스 당국의 노력에도 무인기를 조종한 인물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올해 1월 한 정부기관 직원이 술에 취해 날린 무인기가 백악관 외벽에 충돌하면서 이 일대의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해킹에 취약해 테러에 악용될 우려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드론의 출현에 특히 민감하다. 최근에는 ‘새 대신 드론 주의보’란 얘기가 나돈다. 과거 항공기 이착륙 시 새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큰 사고 위험이었지만, 요즘은 새보다 드론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7월 31일 미 뉴욕 JFK공항 관제탑에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으로 들어왔다. 승객과 승무원 159명을 태운 항공기 조종사는 “가까운 지점에서 드론을 봤다”고 관제탑에 알렸다. 항공기와 드론 간 안전거리는 최소 1000피트(304m)를 유지해야 하지만 당시 드론은 100피트(30.4m) 이내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경찰청 소속 헬기가 곧바로 출동해 일대를 순찰했으나 문제의 드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난해 3월 미 플로리다 주 상공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벌어졌다. 유럽에서도 공항 근처 비행금지구역을 날던 드론이 비행기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충돌할 뻔한 상황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AP통신은 최근 미 항공기 조종사들이 알린 무인기 접근 보고가 지난해 연간 238건에서 올 들어 650건으로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드론이 해킹에 취약한 것도 위험 요소다. 전문가들은 드론에 장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를 해킹해 비행경로를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올해 4월 미국 정보기술(IT)업계 보안전문가들은 “드론 운행 시스템은 해킹에 대한 방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1년 말에는 미군의 드론을 이란이 탈취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개인의 호기심이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도 심각해지고 있다. 올 7월 유튜브에 ‘총 쏘는 드론’ 영상이 공개됐다. 18세 미 대학생이 제작한 것으로, 무선 조종기 버튼을 누르자 권총을 매단 드론이 정확히 타깃에 총격을 가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랑하려던 이 대학생은 연방 항공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미 연방항공청(FAA)의 조사를 받았다.

미 언론은 “드론에 사제 폭탄을 매달아 군중이 밀집한 장소에 떨어뜨리는 등 테러 악용 가능성이 무한대”라며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4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교도소 안으로 마리화나, 휴대전화, 담배를 밀반입하려던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파리의 에펠탑, 일본 효고(兵庫) 현 히메지(姬路) 시 등 관광지에서도 조종 미숙으로 드론이 건물에 부딪치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사유지에서 드론을 날려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염탐하거나 방해하는 사건도 자주 일어난다.

엄격해지는 규제 방안과 포획 기술 연구


드론으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가 불거지자 각국은 규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상업용 드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FAA의 개별 허가하에 지상 125m 이하의 높이에서 시속 160km 이하의 속도로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송 가능 무게는 25kg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또 운행 시간대도 시야가 확보되는 낮에만 가능하다. 드론을 조종하려면 항공조종시험과 교통안전국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아마존, 월마트 등 드론 활용을 원하는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FAA는 “내년 상반기 안에 상업용 드론 관련 규정을 손질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또 연내에 모든 드론을 FAA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올해 말 미국에서만 100만 대가 넘는 드론이 선물로 팔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능한 한 빨리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개인 사유지 상공 107m 미만에선 드론 비행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 각국도 비상이다. 프랑스에서는 면허 없이 드론을 운행하면 징역 1년형과 벌금 7만5000유로(약 9367만 원)에 처할 수 있다. 파리 상공은 무인기 비행이 전면 금지돼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30m 이상 상공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며, 수하물 무게가 20kg이 넘으면 따로 신고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조종거리 5km 이상이면 ‘제3급 육상 특수무선 기술사’라는 국가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또 총리관저, 국회의사당 등 주요 시설 상공에서 드론을 띄우면 1년 이하 징역, 50만 엔(약 473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각국 연구기관이 해킹 가능성에 대비해 드론이 스스로 오류를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 정부는 비행금지구역을 나는 드론을 직접 포획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드론#테러#여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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