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2일 내놓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의 혜택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많이 돌아간다. 소비자가 10만 원어치 상품을 사면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지금까지 카드사는 1.5%를 떼고 9만8500원을 가맹점에 줬지만 앞으로는 0.8%만 제하고 9만9200원을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연매출 1억 원인 가맹점은 내년부터 연간 70만 원에 이르는 수수료 비용을 아끼게 된다. 물론 가맹점이 이익을 보는 만큼 카드사의 수익은 줄어든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맹점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자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회원들에게 제공해 온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 카드 이용자의 부가 서비스 줄어들 가능성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사적(私的) 계약인 카드 수수료율 산정에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12년 이전만 해도 카드사들은 시장원리에 따라 각 가맹점과 자율적인 수수료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대형 마트 등 대규모 가맹점들이 높은 협상력을 내세워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데 비해 힘이 약한 영세 가맹점들은 업종별로 3∼4%대에 이르는 고율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되자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들이 정치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해 2012년부터는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 한해 정부가 3년에 한 번씩 적정 원가를 반영해 카드사의 수수료율을 직접 산출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저금리 기조로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지는 등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내릴 여력이 생겼다”라고 인하 이유를 밝혔다.
다만 정부는 카드사들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각종 제도 개선을 병행하기로 했다. 우선 결제 금액 5만 원 이하의 무서명 거래를 지금보다 활성화할 방침이다. 무서명 거래가 늘면 소비자의 카드 이용은 더 편리해지고 카드사는 전표 수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정부는 또 카드사의 부가 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을 현행 5년에서 2∼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카드 소비자들의 혜택이 시차를 두고 감소할 수밖에 없다.
○ “총선 앞둔 포퓰리즘” 비판도
카드사들은 겉으로 “당국의 지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예상을 웃도는 큰 폭의 수수료율 인하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카드회사 전체 수익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줄면서 연간 수익이 67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인하 폭이 이렇게 커질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대형 가맹점들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도 잇따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각 카드사는 비상 대응팀을 구성하면서 경비 절감 방안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할 판”이라며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던 각종 서비스를 줄여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격 개입에 대한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서민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위적인 가격 개입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며 “이번 조치로 인한 카드사들의 이익 감소는 소비자들의 혜택 축소와 비용 증가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가격 개입은 자제하고 자율성을 주겠다던 금융 당국이 이런 조치를 내려 실망스럽다”며 “내년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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