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정국 ‘내각 트로이카’ 3色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야 대치]
떠오른 황교안… 대국민 담화로 존재감 부각
고달픈 최경환… 野 집중공세에 “암 걸릴 지경”
위기의 황우여… 경질론 이어 총선 불출마론

황교안 국무총리는 4일로 취임한 지 140일째다. 황 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내각 트로이카’는 조만간 각자의 길을 가야 할 운명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정국이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 이들의 엇갈린 운명이 새삼 화제다.

황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떠오른 샛별’로 불릴 만하다. 총리 지명 당시 정치권과 인연이 없는 ‘공안검사 출신’ 총리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층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3일 대국민담화를 직접 발표하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총대를 메기도 했다.

일각에선 황 총리가 ‘보수의 아이콘’이란 정치적 자산을 얻었지만 총리직 수행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앞으로 야권의 공격이 황 총리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는 앞으로 한 달이 가장 고달픈 시간이 될 듯싶다. 여권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면서 야당은 바싹 독이 올랐다. 정부 예산안 통과 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여야가 벌일 ‘예산전쟁’에서 야당의 모든 화력은 최 부총리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야당은 교육부의 ‘국정화 예비비’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예결위 보이콧에 나섰다. 9∼10월 국정감사 때도 야당의 공격이 최 부총리에게 집중되면서 ‘최경환 국감’이란 말까지 나왔다.

최 부총리는 최근 사석에서 ‘농반진반’으로 “야당 의원들 때문에 암에 걸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에 복귀할 연말까지 최 부총리에겐 ‘고난의 행군’인 셈이다.

황 부총리는 지난해 7월 김명수 사회부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내각에 ‘긴급 투입’됐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대표에 이어 부총리 자리에까지 오르자 “관운을 타고났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독배’였다.

여야 전쟁터가 돼버린 국정화 정국에서 그의 유연함은 무책임함으로 비쳤다. 황 부총리는 여당에서마저 경질론이 터져 나오자 한 여당 의원에게 ‘때가 되면 나갈 건데 경질, 경질 그만하소. 창피해 죽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친박(친박근혜)계에서조차 “국정화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황 부총리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토’ 여론이 강하다. 내년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해 국회의장을 꿈꾸는 황 부총리에겐 최대 정치적 위기인 셈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국정화#정국#3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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