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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4>휴양지, 다른 사람 배려를
8일 오전 강원 춘천시 남춘천역에 기차가 들어섰다.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행락객들이 기차에서 쏟아져 나왔다. 당일치기로 주변 산이나 유원지를 찾은 사람들이다. 열차 안을 청소하는 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오늘은 비가 와서 좀 덜하지만 산악회 같은 단체 승객이 몰릴 때면 열차 안에 쓰레기가 말도 못해요. 어제도 관광열차 한 편에서 쓰레기가 10L짜리 봉투로 12개 나왔어요.”
청소원 이완기 씨(57)는 “찌그러진 맥주 캔부터 땅콩, 밤 껍질을 바닥에 버리는 건 기본이고 의자에 커피를 쏟거나 구토한 뒤 치우지 않고 그대로 내리는 승객도 있다”며 “공공시설을 내 집처럼 아끼는 습관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경춘선은 2010년 12월부터 복선 전철로 바뀌었다. 전철과 ‘ITX-청춘’이 다니면서 운행 시간이 줄어들고 수도권 전철과의 환승도 편리해졌다. 그렇다 보니 당일치기로 춘천 인근의 유원지나 산에 가려고 경춘선을 이용하는 이가 많은 편이다. 문제는 일부 몰지각한 행락객의 태도다.
주말 오후 서울로 돌아가는 상행선 열차를 탄 승객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열차 안을 순찰하던 코레일 관계자는 “과음 때문인지 낯빛이 불콰한 등산객들이 복도에 앉아 큰 소리로 떠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일부는 ‘길을 좀 내달라’고 요청하면 ‘내가 왜 일어서야 하느냐’고 되레 화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연인이 많이 찾는 캠핑장에도 민폐 행락객이 적지 않다. 지난달 중순 수도권의 한 캠핑장에는 밤 12시가 지나도록 여러 명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한쪽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틀어놓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영화 대사와 노랫소리가 겹쳐 다른 캠핑객들은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자녀와 캠핑장을 찾았던 직장인 김모 씨(40)는 “맑은 공기 마시고 좋은 풍경 보며 ‘힐링’하러 갔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올 때가 있다”며 “휴양지에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만큼 자신도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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