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 빈소에는 2박 3일간 3000여 명의 문상객이 오갔다. 빈소를 찾은 여야 국회의원은 113명이었다. 전체 의원의 3분의 1이 넘는 수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상을 치르는 동안 일체의 정치적 발언은 삼갔다. 10일 오전 발인을 마치면서 모친 강옥성 여사가 오열하자 유 전 원내대표는 끝내 눈시울을 붉힌 채 장지인 경북 영주 선산으로 향했다.
빈소가 차려졌던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은 내년 총선을 앞둔 여권의 복잡한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여의도 정치의 축소판을 방불케 했다. 빈소 곳곳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TK(대구경북) 물갈이론 속에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내세운 대구 지역 예비 후보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 바빴다. 이른바 ‘상가 정치’가 펼쳐진 것이다.
‘물갈이론’의 중심에 서게 된 대구 지역 의원들도 편한 표정은 아니었다. 9일 오후 김무성 대표가 빈소를 찾는다는 소식에 대구시당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을 비롯해 빈소에 앉아 있던 김상훈 김희국 의원 등은 빈소 밖까지 김 대표를 마중하러 나갔다. 이들은 “우리 동네에 대표가 왔으니 예의상 당연히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천 경쟁이 치열해진 의원들의 마음이 급해지지 않았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대구 지역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대구의 민심은 엇갈리는 편이었다. 한 택시운전사는 “그래도 유 의원 말고는 딱히 내세울 만한 정치인이 대구에 없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도 “나이가 많은 분들은 아직도 유 의원에 대해 ‘배신자’ 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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