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년간 유지된 교통범칙금제 개선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안전사고 처벌 규정 강화의 일환이다. 대다수 교통 전문가도 “심각한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범칙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다음 달에 분야별 안전사고 처벌 규정 강화안을 확정하기 위해 최근 경찰청에 “범칙금 인상이 필요한 규정을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청은 일단 “당장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범칙금 인상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안전처는 자체적으로 범칙금 인상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반칙운전을 줄이려면 범칙금 인상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인상이 필요한 범칙금 조항을 분석해 경찰과 추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교통범칙금 체계가 시행된 것은 1995년.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의 범칙행위를 구체적으로 세분해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몇 차례 인상이 검토됐지만 번번이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그러나 부정적 의견 일색이던 여론도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본보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54.1%가 ‘현재 교통범칙금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 ‘범칙금 인상으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59.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려면 범칙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신호위반 범칙금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0.26∼3.61% 수준인 반면 한국은 0.2%에 불과하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장은 “경찰 스스로 20년 전 규정에 얽매여 권한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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