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고려활자 102개 조사… “고양이에 생선 맡긴격” 지적 나와
국과수엔 서체비교만 의뢰하기로
5년 동안 계속돼 온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진위(眞僞) 논란을 끝내기 위해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신청이 접수된 102개 금속활자에 대해 이르면 이달 말 전면적인 재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그동안 증도가자 및 고려활자로 분류된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금속활자 7개가 전부 가짜임을 밝혀낸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2일 “증도가자와 고려활자라고 주장해온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가 소장한 101개 활자에 대한 재조사를 6일 요청해 동의를 받았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활자 한 개에 대해서도 같은 요청을 전달했으며 이르면 이달 내로 102개 활자의 진위를 가리는 재검증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활자들을 모두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로 보내 분석을 맡길 예정이다. 하지만 애초에 가짜 활자를 진짜라고 잘못 판정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또다시 검증을 맡는 데 대해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증도가자 연구 용역보고서를 통해 “고인쇄박물관 활자 7개와 김종춘 대표의 활자 101개는 모두 증도가자와 고려활자”라는 결론을 내린 최종 책임 기관이다.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과수가 가짜 활자임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는 등 부실 검증을 한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한 문화재계 관계자는 “가짜인 청주 고인쇄박물관 활자 7개를 모두 진짜라고 했던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재검증을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 아니냐”며 ”연구소가 과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CT 등 주요 검증은 산하기관인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대덕 연구단지의 장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T 장비와 성분 분석, 진직도(직선도) 조사, 서체 비교 등 다양한 검증 데이터를 갖고 있는 국과수에는 서체 비교만 의뢰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이 고질적인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효율적인 검증 방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재청은 가장 확실한 검증 방식으로 꼽히는 ‘파괴 분석’(활자 일부를 떼어내 분석하는 방식)을 실시할지에 대해서는 “파괴 분석을 시행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논란 종식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증도가자 ::
고려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다. 증도가자 실물이 확인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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