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 노동 개혁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자 10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예산안 시정연설 등 기회가 날 때마다 이들 법안과 안건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호소해 왔다.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37건의 무쟁점 법안은 33분 만에 술술 처리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쟁점 법안들은 다뤄지지 않았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은 2012년 7월과 10월에 각각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3년이 넘었다. 한중 FTA가 올해 안에 발효되지 못하면 수출에서 하루 40억 원의 손해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야당은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 내에 이들 법안과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하게 돼 사실상 19대 국회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 3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이 법이 의료 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와 보건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근처에 관광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 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이 법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1만7000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호텔 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건설 관련 일용직 일자리나 숙박업의 임시 일용직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 개혁 5개 법안을 가로막는 것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정을 방해하는 비애국적 행위”라고 야당을 성토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노동 개혁 법안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실태를 묵인하고,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근로 대상·업무 확대로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한 ‘민생 최우선 처리 10대 입법 과제 추진 전략 간담회’에서도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이 최우선 저지 법안으로 제시됐다.
한중 FTA에 대해선 야당도 그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황사 문제, 서해상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에 관해 중국과 추가로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 의장은 “(수출) 관세 절감 효과가 있으면 수입할 때 얻는 관세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정이라고 착각하고 이득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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