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를 든 수준까지 양보했는데 여당은 거의 칼을 꽂는 수준까지 나갔다.”(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12일 사흘 연속 열린 여야 지도부의 선거구 협상은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여야가 원색적인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탓하는 사이에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13일) 내 처리는 사실상 불발됐다. 여야는 예비후보 등록일인 다음 달 15일까지 다시 치열한 수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 여 “지역구 246석 현행대로” vs 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여야는 이날 낮 12시 1차 회동에 이어 오후 5시 30분 2차 회동을 했다. 그동안 ‘비례대표 축소 불가’를 주장해온 새정치연합은 1차 회동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면 비례대표 축소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이병석 위원장(새누리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을 여당에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9일 지역구 의석(현행 246석)을 260석으로 늘리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분 적용하는 안을 냈다. 새누리당은 “그렇다면 국회 선진화법 개정까지 논의해 보자”고 나섰다.
하지만 2차 회동의 결과는 ‘파국’이었다. 회동은 10분 만에 끝났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여당이) 모든 안을 거부하고 현행 의석수(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로 가든지, 비례대표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라고 요구해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는 말은 좋지만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과반 의석을 깨는 제도”라며 “(야당이) 그것을 당장 받으라고 (요구) 하는 것은 받을 수 없는 제안을 한 셈”이라고 했다. ‘이병석 안’에 대해서도 “여당이 낸 안도 아니고, 충분히 논의된 안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합의 결렬 뒤 “지금까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 경우에는 청와대발(發) 아이디어가 많았던 것 같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 ‘비례대표 제도’가 최대 쟁점
여야가 충돌한 핵심은 ‘비례대표 제도’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정수(현 300석) 유지, 농어촌 지역구 축소 최소화, 비례대표 의석 축소 등의 막판 협상 원칙을 세웠다. 또 이날 오후 2차 회동을 앞두고 재차 최고위를 열어 야당의 ‘이병석 안’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어떤 형태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20대는 물론이고 21대 총선에서도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막판 협상 카드로 ‘현행 의석 유지’를 꺼내 들었다.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야당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내부 갈등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 유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비례대표 제도 개편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구도 타파’라는 명분과 ‘영남 의석 확보’를 이룰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태년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 7석을 줄이는 것을 받는 대신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야권연대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정의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흘에 걸쳐 여야 대표까지 직접 나서 진행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선거구 획정 논의는 다시 정개특위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여야는 본회의에서 정개특위 활동 기간을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