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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7>이유있는 유해야생동물 지정
8일 인천 중구 동인천역 인근 광장 비둘기 떼를 피해 조심스레 걷던 한 할머니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스팔트 위에 사람이 흘린 음식물을 찾아다니는 비둘기 수십 마리 때문에 길을 돌아서 가기 일쑤였다. 새를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비둘기를 향해 “와∼” 하면서 돌진하면 반대편에서 걷던 어른들은 날아드는 비둘기를 피하기 바빴다. 새는 땀구멍이 없기 때문에 비듬이 많이 생긴다. 도시 비둘기들은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은 만큼 ‘비둘기 날면 비듬 떨어진다’는 속설이 맞긴 하다.
인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시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 달라’는 현수막을 최근 곳곳에 붙여놓았다. 11일 서울 강남구청 인근의 아파트 앞 공원에도 현수막이 걸렸지만 “날도 추워지는데 불쌍하다”며 과자를 던져주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먹고 있던 햄버거 조각을 멀리 던지면 비둘기가 떼로 몰려들어 먹었다.
비둘기는 2009년 환경부가 지정한 유해야생동물이다. 최종원 환경부 자연정책과장은 “존재 자체가 위협적인 건 아니지만 사람에게 피해를 많이 끼치고 있기 때문에 지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에서 쉽게 보는 비둘기는 한국의 전통 멧비둘기가 아니다. 집에서 키우던 집비둘기 개량종이 과잉번식하면서 도시에서 무리지어 살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지면서 야생성을 잃었다는 것. 따뜻한 바람이 솔솔 나오는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에 알을 낳고 다리 난간 위에 배설물을 싸 부식시킨다. 부산과 인천, 전북 군산의 항만 곡물집하장에는 비둘기 수천 마리가 서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7개 시도에서 비둘기 밀집지 83곳을 관리대상지역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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