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어, EBS 교재 밖 지문 늘어… 체감 난도 높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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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학년도 대입 수능]영역별 출제 경향-난이도

간절한 마음 잠시 눈을 감자 1년 내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던 기억과 주위의 유혹을 이겨내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른다. 오늘만 지나면 고생 끝! 행복 시작! 수능일인 12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시작 전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간절한 마음 잠시 눈을 감자 1년 내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던 기억과 주위의 유혹을 이겨내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른다. 오늘만 지나면 고생 끝! 행복 시작! 수능일인 12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시작 전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과목마다 일부 변화가 있었다. ‘변별력 상실’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수학과 영어는 지난해보다 어려웠으며, 반대로 국어는 지난해보다는 다소 쉬웠지만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 사이에 난이도 편차가 줄어들었고, 입시업체는 “물수능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연계는 지난해처럼 선택과목(과학탐구)에서 대입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커졌다. 》

국어, 모의평가보다 까다로워… 물리 연계 문항에 당혹

국어 A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지난해 만점자가 0.09%로 전례 없이 어려웠던 B형은 올해 다소 쉬워졌다. 하지만 둘 다 6월,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게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수험생들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어려웠다고 보는 게 맞다”며 “모의평가처럼 쉽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공부한 수험생은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EBS 연계율 70%를 유지했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지문이 EBS 밖에서 출제되거나, EBS와 일부만 비슷할 뿐 문제 유형은 달랐다.

학생들도 까다로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B형을 치른 김지윤 양(18·서울 풍문여고)은 “화법과 작문에서 새로운 유형이 나왔고 지문도 지난해 수능 문제보다 깊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독서 문제는 난도가 높았지만 문학은 쉬웠다”며 “지난해 국어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올해는 평균점수가 약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계가 응시하는 국어 A형은 11번(문법), 18번(물리)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특히 18번은 ‘돌림힘’ ‘알짜 돌림힘’ 등 물리Ⅱ에 나오는 개념이어서 이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애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는 “사회 분야에서 EBS 교재에 없는 ‘민사소송의 기판력’이 출제됐지만 6월 모의평가에 법 영역의 지문이 이미 나와 학생들이 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교사들 “변별력 확보” 입시업체 “작년과 비슷”


수학 B형에 대해서는 교사와 입시업체의 평가가 엇갈렸다. 지난해 ‘최악의 물 수능’ 원인으로 꼽힌 수학 B형. 당시 수학 B형의 만점자는 1등급 기준(4%)을 넘어 4.3%에 달해 자연계 응시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경기 판곡고 조만기 교사와 대전 충남고 김태균 교사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중상위권의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출제됐다”며 “대학 입장에서도 정시에서 변별력 확보가 쉬워져 입시 혼란은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입시업체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임 대표이사는 “A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고 B형은 마지막 문항인 30번 문제가 약간 까다로울 뿐 나머지 문제는 지난해와 비슷하다”며 “올해도 변별력 상실”이라고 평가했다. 유웨이중앙교육도 “B형에서 한 문항의 실수 차이로 등급이 갈릴 수도 있다”며 정시 혼란을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B형 1등급 커트라인이 지난해처럼 만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학생들의 체감난도도 엇갈렸다. B형에 응시한 재수생 오겸 씨(19)는 “지난해 수능과 별 차이 없이 평이하게 출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오산고 3학년 지영주 군(18)은 “29번, 30번 문제가 아주 어려웠다”고 말했다.

영어, 빈칸추론-문장삽입 어려워… 학생들 “헬 영어”


영어는 모의평가가 쉬웠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만점자 비율이 4%(1등급 기준)를 넘었던 모의평가보다는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참고로 지난해 수능 영어 만점자 비율은 3.37%,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 추정치는 98점이었다. 입시업체들은 올해 1등급 커트라인을 93∼94점으로 예상했다.

가장 까다로웠던 문제로는 ‘빈칸 추론’이 꼽혔다. 빈칸 추론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쉬운 연결사 문제는 이번에 나오지 않았고, 비교적 까다로운 ‘구와 절’ 등의 문제만 나왔다. 김 교사는 EBS 연계율을 “듣기와 말하기 88%, 읽기와 쓰기 54%로 평균 73% 정도”라고 분석했다. 38번 ‘문장 삽입’ 문제도 어려운 문항으로 꼽혔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학생들이 문장 삽입 문제를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그나마 지난해는 EBS 교재에서 연계된 내용이 출제됐지만 올해는 EBS 교재 밖에서 출제돼 체감난도가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지문도 실용문이 아니라 철학적인 내용이라 정답을 찾기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입시업체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모의평가보다 영어가 까다로웠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수생 송현명 씨(19)는 “지난해에는 EBS를 외워서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는데 올해는 없었다”며 “본 듯한 지문인데 풀 때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난 뒤 수험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영어 성적이 20∼30점 떨어졌다” “이번 수능 영어는 헬(Hell·지옥) 영어” 등의 반응이 들끓었다. EBS 지문을 그대로 내지 않고 변형해서 출제한 점이 학생들의 체감난도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탐구, 사탐 평이… 생물Ⅰ 고난도 유전문제 많아 진땀


4교시 탐구영역에서는 사회탐구가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된 반면 과학탐구는 생물Ⅰ이 유독 어렵게 출제됐다. 자연계에서는 수학 B형이 변별력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생물Ⅰ이 입시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열 김준영 군(18·환일고)은 “생물Ⅰ에서 어려운 유전 문제가 너무 많이 나와서 몇 개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고 말했다. 지영주 군도 “도저히 시간 내에 풀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어려웠다”며 “유전 문제가 가장 어려웠고, 항원과 항체 반응에서 근육수축 운동의 마이오신 길이를 구하는 문제가 다소 어려웠다”고 말했다. 오산고 이윤수 군(18)은 “유전 문제가 어려워 그냥 넘어갔는데도 시간이 빠듯했다”고 말했다.

사탐을 치른 학생들은 과목 간에 난이도 차이가 조금씩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윤 양은 “생활과 윤리는 다소 어려웠지만 사회문화는 무난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상명여고 3학년 이주희 양(18)은 “사회문화는 모의평가보다 헷갈리는 문제가 많았지만 난도는 높지 않았다”며 “1개를 틀리거나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사도 모의평가보다 쉽게 나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세종=이은택 nabi@donga.com / 유원모·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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