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한 국회가 12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열었지만 핵심 법안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쟁점 없는 법안만 처리하고 끝났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건 8월 11일 이후 93일 만이다. 여야 지도부는 사흘째 선거구 획정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돼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한심한 국회’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김태현 중앙선거관리위원, 김동철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선출 건과 함께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 마트 설립 금지를 5년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37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선거구 획정이 차질을 빚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15일)을 12월 15일까지로 한 달 늘리는 안도 처리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 정부와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경제 활성화 법안’은 이날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도 마찬가지다. 이 안건들은 해당 상임위에 계류돼 있거나 아예 상정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양당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개특위 간사는 이날 ‘4+4’ 회동으로 선거구 협상을 이어 갔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여당과 비례대표 의석을 줄일 수 없다는 야당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선거구 협상이 법정 처리 시한(13일)을 못 지킨 것은 물론이고 해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 이학재 의원은 “합의가 안 된 것은 단 한 석도 비례대표를 못 줄인다는 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 김태년 의원은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대신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낸 중재안(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보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의 부분 도입)과 국회선진화법 개정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여당이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야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 수를 15명에서 17명으로 ‘꼼수 증원’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은 “효율적 진행의 어려움, 짧은 예산안 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증원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내팽개친 채 총선용 예산안을 다룰 위원 수를 여야 담합으로 늘린 것은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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