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롯데면세점을 세계 1위로 키우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터라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장 호텔롯데 상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15일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이고 투명하고 변화하는 기업을 향한 롯데의 대국민 약속은 반드시 지켜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호텔롯데를 상장하더라도 기업가치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증권 및 투자업계에서 평가하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15조 원 안팎. 이 중 면세점 월드타워점이 1조5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월드타워점 면세점이 위치한 제2롯데월드 자체가 입을 타격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높이 555m, 123층의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가 내년 말 완공되면 제2롯데는 완전한 모습을 갖춘다. 제2롯데를 찾는 고객, 특히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면세점은 핵심시설이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호텔 때문에 면세점에 들르는 게 아니라 면세점 때문에 호텔에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면세점이 사라지면 제2롯데 내 쇼핑몰 식당 대형마트 호텔 영화관 등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명운이 달린 제2롯데 성공을 위해 롯데가 어떻게든 월드타워점 면세 사업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력한 방법은 강남 인터컨티넨탈호텔에 있는 롯데의 코엑스점을 월드타워점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코엑스점의 매출 규모는 월드타워점의 절반에 못 미친다. 롯데면세점 고위 관계자는 15일 “코엑스점 이전에 대해 지금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냉정하게 여러 대안들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코엑스점 이전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코엑스점(강남구)과 월드타워점(송파구)이 있는 지역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부가 허가를 내줄지 불확실하다. 앞서 2월 롯데면세점은 제주 시내 면세점 특허권 만료에 맞춰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입지를 바꿔 후속 사업자에 선정된 바 있다. 또 같은 잠실 지역이긴 하지만 월드타워점도 원래 제1롯데월드에 있던 면세점을 이전한 것이다.
코엑스점의 특허권 만료는 2017년 12월이다. 만약 정부가 허가를 해준다면 롯데로선 코엑스점 이전을 △가능한 한 빨리 추진 △특허권 만료에 맞춰 추진하거나, 정부가 아예 새로운 시내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할 때 월드타워점을 입지로 내세우는 등의 선택지가 있다.
한편 롯데가 월드타워점 면세점을 잃으면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형제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 내부에선 신 전 부회장 측의 소송전으로 불거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면세점 상실의 주원인이라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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