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해방구’ 된 광화문]노동개혁 반대 등 11개항 요구
합의 못이룬 국회가 빌미준 측면도
14일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에 참가한 53개 단체는 11개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정부의 노동 개혁 입법 추진을 ‘노동 개악’으로 지칭하면서 반대했고, 밥쌀 수입 저지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민생 관련 요구 사항 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대북 적대 정책 폐기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등 정치적 주장까지 총망라됐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해고 요건을 쉽게 하는 노동 개악”이라며 재벌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해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이른바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은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되지만 야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야당은 ‘비정규직 확대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여당은 ‘야당이 경제 재도약을 위한 국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할 뿐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내년 총선 선거구 협상과 당내 공천 갈등에 휩싸여 제 할 일을 미루는 바람에 이들이 거리에 나올 빌미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에서는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가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요구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시위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좌파 진영이 단골 메뉴로 제기해온 주장들이 또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올해 5월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상태다. 시위대는 ‘박근혜 퇴진’ 구호와 함께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이석기(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등을 외쳤다. 이번 시위의 성격이 애초부터 정치적 투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5일 오후 긴급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적화를 바랐던 구 통합진보당의 해산에 반대하는 주장이 나왔고, 자유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 했던 주범인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며 체제 부정 세력의 개입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일본의 군국주의 무장화 반대’처럼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도 있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을 겨냥한 비판이지만 정작 그 화살은 일본 정부가 아니라 우리 정부에 돌린 것.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도 △대북 적대 정책 폐기 △5·24조치 해제 △민간 교류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도 북한의 지뢰 도발 등을 지적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11개 요구사항엔 이미 진행 중인 세월호의 완전한 인양이나, 일부 지역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강원 설악산),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경북 영덕) 같은 이슈도 등장했다. 뚜렷한 단일 이슈도 없이 이런저런 주장들을 망라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선 “무엇 때문에 이런 대규모 집회를 열었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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