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테러땐 화합 강조… 이번엔 노골적 反무슬림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IS와의 세계대전]佛 ‘톨레랑스 전통’ 깨지나

16일 정오(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 앞. ‘뎅 뎅’ 종소리가 울리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마뉘엘 발스 총리를 포함한 장관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서서 1분간 테러 희생자를 추도하는 묵념을 했다. 누군가의 입에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흘러나오자 너나없이 따라 부르면서 합창했다. 묵념을 마친 철학 전공 학생은 “테러범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통과해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 일을 더는 놔둘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11월은 1월과 다르다(November is not January)’라는 내용의 기사를 싣고 1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이어 이달 13일 2차 테러를 맞은 프랑스 시민들이 더는 ‘톨레랑스(관용)’를 말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였던 1월에 프랑스 전역에서 약 37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거리 행진에 참가해 ‘톨레랑스(관용)’를 외쳤는데 이번 테러 이후엔 아직 어떤 시민 연대의 움직임도, 일반 무슬림과 급진주의자들을 구별하자는 목소리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NYT는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무슬림을 죽여라’와 같은 말이 넘쳐나고 길거리에서 무슬림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위해를 가하는 프랑스인도 늘고 있다.

한 무슬림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체육관에 갔다가 경찰에게서 아무 이유 없이 ‘헬멧을 벗어 보라’는 불심검문을 당했다”고 했다. 베일을 쓴 무슬림 여성 몇몇이 파리 시내의 한 임시 추모소에서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던 중 프랑스인 남성으로부터 욕설을 듣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무슬림 여성 중 한 명인 아비바 타라바크 씨는 “욕설을 한 남성에게 ‘우리는 테러리스트들과 관계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이곳은 당신들이 있을 데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올랑드 대통령이 16일 연설에서 이번 테러를 두고 “프랑스인이 다른 프랑스인을 죽였다”라고 발언한 데 주목했다. 범인이 무슬림임을 무의식중에 강조한 발언으로 심각한 사회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인데도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스 총리는 테러 발생 직후 “프랑스 전역에서 급진 이슬람 지도자(이맘)을 모두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여론이 급변한 최대 원인으로 ‘난민’을 꼽았다. 시리아 난민이 유럽에 본격 유입된 8월 이후 전 유럽에 난민 반대, 무슬림 반대 기류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또 표현의 자유와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을 두고 우선순위 논쟁이 벌어졌던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달리 이번 테러로 인한 피해자는 이슬람과 별 관계가 없는 일반인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is#세계대전#프랑스#반무슬림#테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