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대통령 서거]외국 언론들 긴급 타전
日 ‘민주화운동’-中 ‘反부패’에 주목… AP “YS, 클린턴의 북핵공격 막아”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언론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한국 민주화를 이끈 정치지도자’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대통령’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김 전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던 전직 국가원수도 애도를 표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1) 전 일본 총리는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민주화된 한국에 가장 적합했던 대통령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1995년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힘쓴 그는 “퇴임 후에도 몇 차례 집으로 초대를 받아 친하게 지냈다. 지난해 김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이었을 때 병원에서 부인과 함께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 집안은 멸치 어장을 했고 나는 어부의 아들이어서 둘이 기가 잘 맞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운동 이력에 주목했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2시 9분 서울발 기사에서 “수년간 군사독재에 항거해 민주화운동에 투신했으며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받은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AP는 특히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시설 폭격을 검토하자 김 전 대통령이 전쟁을 우려해 이에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전 대통령이 1979년 NYT와 인터뷰를 하자 박정희 정권이 이를 문제 삼아 그의 의원직을 박탈했다고 지적하며 군부 지도자를 몰아낸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김 전 대통령이 군부 독재 아래에서 민주화운동을 이끌고 1992년 당선으로 문민정권을 부활시켰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과감한 행동력과 결단력으로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했으나 대통령으로서 혼란을 부른 것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들은 ‘반부패 개혁 지도자’로 김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반관영 중국신원왕은 김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반부패, 청렴을 기치로 변혁의 바람을 일으켰으며 개인의 배경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유재시거(唯才是擧)’를 실천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왕도 김 전 대통령이 1993년 취임 이후 반부패의 변혁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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