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1979년 10월 4일 헌정사상 첫 의원직 제명뒤
김영삼 1927∼2015
朴대통령 “깊은 애도”… 첫 국가葬
대한민국 민주화의 획을 그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22일 서거했다. 향년 88세. 그의 서거로 ‘양김(兩金)’ 시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30여 년간 야권의 지도자로 독재의 서슬에 맞섰던 거목도 세월과 병마는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19일 고열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YS는 패혈증과 급성 심부전증이 겹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22일 0시 22분 숨졌다. 서거 당시 병실에서는 차남 현철 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임종을 지켰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YS의 서거 소식을 접한 뒤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관련법과 유족들의 뜻을 살펴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3일 새벽 귀국 후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YS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다. 안장식은 영결식 종료 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다. 장례 기간에는 공공청사 등에 조기가 걸리고 전국 각지 및 해외 공관에 분향소가 설치된다.
이날 빈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황교안 국무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 김수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이 조문했다.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김덕룡 전 정무1장관 등 옛 상도동계 인사들과 일반 시민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1927년 경남 거제에서 출생한 YS는 1954년 최연소(만 26세)로 국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역대 최다선(9선) 의원을 지냈다. 2009년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군사독재를 종식시켰다. YS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의원직 제명과 가택연금을 당했고 23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을 하기도 했다.
1992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해 제1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YS는 문민(文民)시대를 열었다. 대통령 재임 당시 군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을 비롯해 금융실명제 실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5·18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개혁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퇴임 직전인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고, 국정 개입 논란을 빚은 현철 씨가 구속되는 등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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