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께서 이루신 필생의 업적들을 되돌아보니 다시 한번 깊은 감회와 더불어 무한한 존경과 그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24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 ‘아산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가족 대표로 인사말을 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목이 메는 듯 헛기침을 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정 회장은 몇 초 후 “저희 자손들은 선친의 뜻과 가르침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아산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아산 100년, 불굴의 개척자 정주영’을 슬로건으로 기념음악회(18일)와 사진전 및 학술심포지엄(23일)을 열며 아산의 정신과 업적을 재조명해왔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날 축사를 통해 고인을 추억했다.
“개인적으로 가까이 앉아서 이야기할 때는 ‘야, 내가 재벌 총수가 아냐, 부유한 노동자야’라고 평소에 말씀하신 기억을 아직도 생생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산은)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였지만 늘 자리에 연연치 않고 현장을 중시하는 ‘현장 책임자’와 같은 자세로 일했습니다. 그는 정녕 현장에서의 일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홍원 기념사업위원장(전 국무총리)은 기념사를 통해 “아산은 전후 황무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처음부터 중후장대형 생산 기업으로 사업을 펼쳤고, 가장 먼저 해외시장을 개척한 한국 경제의 선구자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불굴의 도전을 계속해 온 아산의 의지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좌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회고사를 통해 30여 년 전 아산과 함께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박 교수는 “손수레를 앞장서서 끌고 가시던 모습과 언제나 새로운 세계로 거리낌 없이 앞장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내시던 일이 떠오른다”며 “솔직하고 꾸밈없는 진실된 인간됨을 보여 주시고 어울려 함께하시던 회장님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선 아산의 사진, 영상, 육성, 어록 등을 담은 기념 영상을 통해 그의 삶이 후세에 던지는 의미를 조명했다. 아산은 수많은 어록을 남기며 우리 사회에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인류의 모든 발전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주도 아래 이루어졌다. 세상을 밝게 맑게 바르게 보고 이 사회에 보탬이 될 목적으로 살면 할 일은 태산처럼 많다.”(1983년 신입사원 특강 중에서)
“나는 생명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 있고 건강한 한,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낙관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중에서)
이날 행사엔 정·관·재계와 언론계·학계·사회단체, 아산의 가족 및 범현대사 임직원 등 총 500여 명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관계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 파비앵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 등 외교사절도 참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