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한때 100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인 100.39에 근접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달 초 “현 시점에서 미국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발표된 미국의 경기지표들도 경기회복 가능성을 높이자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달러 자산에 투자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적지 않은 자산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염두에 두고 이미 연초부터 포트폴리오에 달러화 자산을 꾸준히 넣어왔다. 연초 대비 달러화 가치가 높아졌지만 향후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장기 투자라면 지금이라도 달러에 투자해도 늦지 않다.
달러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손쉬운 투자를 원한다면 달러화 예금이나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추천한다. 달러화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서 예금하는 것으로 가장 손쉬운 달러 투자 방법이지만 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낮은 금리를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환차익을 얻을 수 있고 환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은행마다 금리가 다르지만 보통 외화정기예금의 경우 1년은 0.7% 안팎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달 대비 42억1000만 달러 늘어난 634억 달러로 집계됐다. 비중이 가장 큰 달러화 예금은 59억8000만 달러 급증해 사상 최대 월간 증가폭을 기록했고 달러화 예금 잔액도 494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였다.
달러 RP는 1년 만기 금리가 1% 안팎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환차익으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여러 증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찾는 이들이 늘어 판매 잔액이 연초보다 많이 늘었다.
조금 더 공격적 투자를 원한다면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달러화를 표시 자산으로 하는 펀드를 추천한다. 달러 ELS는 달러화 쿠폰과 원금으로 수익을 지급하기 때문에 기존의 원화 ELS에 비해 달러 강세 기조에서 수익이 확정되면 높은 수익을 얻으면서 달러를 보유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KEB하나은행에서 선보인 달러 ELS는 출시 6개월 만에 가입 금액 1억5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달러로 직접 투자하는 외화표시펀드인 ‘미국채권펀드(USD)’를 선보였다. 기준가격을 달러로 표시하는 국내 첫 공모펀드로 별도의 환전 절차 없이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달러로 매수하고 환매 후에도 원금과 수익금을 달러로 받는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서 내놓은 ‘미국뱅크론펀드’도 관심을 끌고 있는 상품이다. 미국의 변동금리형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미국 정책금리가 상승하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인 ‘대신 글로벌스트래티지 멀티에셋펀드’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소비심리 개선을 통해 강세가 예상되는 고배당주를 비롯해 부동산, 인프라, 미국 채권 및 달러 등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상품이다.
달러 가치에 연동된 달러선물 상장지수펀드(ETF)도 주목받고 있다. ETF는 거래 단위가 작고 만기가 없고 기존 주식 계좌를 통해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ETF로는 키움자산운용의 ‘KOSEF미국달러선물ETF’가 있다. 원-달러 선물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미국달러선물ETF를 비롯해 지수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 2배 크기의 역방향을 추종하는 인버스 2배 ETF 등 총 4종이 상장돼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달러인덱스선물의 움직임을 정방향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을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에 투자할 때는 전체 자산의 10% 이내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3, 4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 환율의 불안정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다른 자산보다 변동성이 큰 데다 양날의 검처럼 잘못된 방향에 노출될 경우 손실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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