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플러스 고전에서 배운다] <1>고전에 담긴 지혜를 어떻게 얻어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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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1월 25일 17시 12분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 『지낭(智囊)』 연재를 시작하며

『지낭』은 명나라의 이름난 작가인 풍몽룡이 중국 요순(堯舜)시대부터 명대(明代)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지혜를 테마별로 분류해서 엮은 문언소설집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고금의 지혜를 현실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일종의 실용서로 읽히기도 한다. 중국 근대혁명의 아버지인 쑨원(孫文),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毛澤東)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하니 그 현실적 가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풍몽룡은 중국의 역대 사적(史籍)뿐 아니라 필기(筆記), 야담, 민간 전설 및 시사(時事) 등에서 ‘지혜’와 관련된 1천2백여 가지 이야기를 뽑아 이를 총 열 개의 부(部)로 나누어 엮었다. 그리고 각 이야기에 평어(評語) 형식으로 자신의 의견이나 본문과 관련된 고사를 덧붙였다. 내용 또한 치국(治國)의 지혜, 용병의 지혜, 송사의 지혜, 처세의 지혜, 삶의 소소한 상황에서의 작은 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 책이 역대 통치자들이 곁에 두고 참고하는 경략(經略)의 지침서가 되고, 또 민중이 생활의 지혜가 필요할 때마다 열어보는 참고서가 되기도 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지낭’은 ‘지혜의 주머니’ 혹은 ‘지혜가 많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저자는 초간본 서문에서 “지혜의 우열을 따질 뿐, 사람 됨됨이의 우열을 따지지 않았다(吾品智非品人也)”고 밝혔다.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관계없이 지혜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것이 『지낭』에 반영된 풍몽룡의 독창적인 관점이다. 그가 살았던 명대 이전까지 고대 중국에서는 인품이 뛰어난 사람의 지혜만을 본받을 만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풍몽룡은 인품과 재능의 문제를 별개의 차원으로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누구의 지혜든 유용하다면 내 것으로 만들어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가 책 속에서 “군자의 지혜에도 모자란 점은 있고, 소인의 지혜에도 뛰어난 점은 있다(君子之智, 亦有一短. 小人之智, 亦有一長)”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에서도 지혜와 인품을 별개로 보는 관점이 엿보인다. 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지혜는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 지혜가 아무리 뛰어나고 수가 많아도 그 자체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간본(重刊本) 서문에서 풍몽룡은 악비(岳飛) 장군의 말을 인용해 “운용의 절묘함은 마음에 달려 있다(運用之妙, 在乎一心)”고 했다. 지혜는 양날의 검이다. 지혜를 적절하게 운용하면 위기의 순간을 편안하게 넘기고 큰일을 성취할 수 있지만, 적절하게 응용하지 못하거나 그릇되게 사용하면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거나 남을 해치는 악행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옛사람의 지혜를 오늘에 맞추어 현명하게 운용할 수 있을까? 이번 연재를 통해 다 함께 그 방법을 모색해보자.

풍몽룡 지음|문이원 옮김|정재서 감수|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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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낭(智囊)#인문플러스 고전에서 배운다#풍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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