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국회 본회의가 30일로 미뤄지면서 자칫 한중 FTA 연내 발효가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심 쟁점이던 농어업 피해 보전 대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지만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 이견 좁혔지만 최종 합의 난항
27일 정부에 따르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무역이득공유제, 피해보전직불제, 농수산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FTA로 이익을 보는 산업의 이득 일부를 농수산물 등 피해 산업에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의 경우 실질적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이견을 좁혔다. 당초 야당은 세금 형태의 법제화를 요구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득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고 △사실상의 수출세 부과로 FTA 효과가 반감되며 △헌법상 과잉 금지, 비례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정부와 여당은 그 대신 FTA로 혜택을 보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연간 1000억 원씩 쌓이는 상생기금을 조성하면 이 기금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급격한 수입 증가로 국산 농산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격 하락분의 90%를 보전해 주던 ‘피해보전직불제’도 보전 비율을 95%로 높이기로 했다. 산업용보다 가격이 싼 농사용 전기를 적용하는 범위도 미곡종합처리장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농수산 정책자금 금리 인하, 밭 직불금 인상도 막판 미세 조정만 남았고 정부가 그동안 ‘수용 불가’의 입장을 밝혀 왔던 어업소득 비과세 확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피해 보전 대책에 대해 야당의 주장을 거의 120% 받아들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급한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이득공유제의 경우 당초 야당의 주장처럼 세금으로 법제화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기금이 ‘준조세’의 성격이어서 변형된 형태지만 결국 무역이득공유제를 수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농업계 “대책 부족” vs 산업계 “결단 필요”
농업계는 여전히 피해 보전 대책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밭작물은 이미 10년 동안 중국 농산물로 10조 원이 넘는 피해를 봤는데 한중 FTA까지 발효되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중 FTA의 경우 이제까지 타결한 FTA에 비해 농수산품 개방 비율을 낮춰 최대한 농수산 시장을 보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쌀(협정 제외), 양념 채소류(고추, 마늘, 양파 등), 과실류(사과, 감귤, 배 등), 육고기(쇠고기, 돼지고기 등), 수산물(조기, 갈치 등)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수산물 시장은 개방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콩, 팥, 낙지, 새우 등 일부 품목에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고품질의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하는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정치권이 세부 쟁점에 얽매여 시간을 끌거나 FTA와 관련 없는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말고 큰 틀에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지 못할 경우 하루 40억 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져 내년에만 1조5000억 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된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한중 FTA가 반드시 연내에 발효돼 대중 수출 활성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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