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6월 국회에 제출된 뒤 8월 31일 여당 단독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상정됐다. 국회에 제출된 뒤 5개월간 비준안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여야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을 놓고 충돌하는 바람에 보완대책을 논의할 여야정협의체도 이달 중순에야 가까스로 가동됐다. 연내에 발효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떠밀려 여야는 26일 저녁에 이어 27일에도 릴레이 협상을 이어갔다.
여야 협상이 진통을 겪는 배경엔 다른 현안과 연계하려는 야당의 협상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 최대 뇌관 중 하나는 누리과정 예산(3∼5세 보육비 지원 사업)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지방교육청이 아니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2015년도 예산을 짜면서 누리과정 예산 2조220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5064억 원을 목적예비비 명목으로 지원했다. 새누리당은 내년 예산에도 이 정도 수준을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액(2조4000억 원)까진 아니지만 지방 교육재정을 압박하지 않을 정도는 확보돼야 다른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야당은 ‘문재인표 정책’인 청년채용할당제(전체 고용자 중 3% 이상 청년 채용 의무화)를 민간 대기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청년고용특별촉진법 개정안도 연계 카드로 내놓았다. 현행 2년의 전월세 계약기간을 4년(2+2년)으로 연장하면서 재계약할 때는 임대료 인상률의 상한선을 두는 전월세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본회의가 30일로 늦춰진 데 대해 여당에선 “야당의 사정이 있다”고 말한다. 내부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 FTA 피해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을 경우 당의 기반인 호남의 농어촌 민심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농민단체가 다음 달 5일 궐기대회를 하는데 자칫 새정치연합 규탄대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원내 지도부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개최되는 파리 기후변화 총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로 돼 있다”며 “청와대가 급하니까 최경환 경제부총리까지 여야 협상에 직접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은 다음 달 2일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까지 최대한 버티며 여당에 얻어낼 부분을 최대한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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