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예산’ 만든 국회]野 “무조건 대기업은 빼라” 꿈쩍안해
조선-철강-油化 구조조정 시급… 정부 “대기업 빠지면 하나마나”
“지원 대상에서 대기업은 무조건 빼라”는 야당의 요구 때문에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누더기 법이 될 위기에 처했다. 대기업을 이 법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경제 회복을 위해 화급한 조선 철강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산업계는 “정부안도 산업계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데 대기업이 빠지면 통과돼도 무용지물인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3일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경제단체에 따르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회에 계류 중인 원샷법의 대기업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원샷법은 기업들이 부실화되기 전에 선제적이고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법이다.
정부가 제안한 수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위해 사업을 재편할 경우 원샷법의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당초 안에서는 경영권 승계,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사업 재편을 할 경우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또 대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한 사실이 사후에 확인될 경우 승인을 취소하고 지원 금액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여야는 원샷법을 포함한 6개 쟁점 법안을 9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안에 합의해 처리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재벌 총수 일가의 상속 등에 악용될 수 있고, 사내 유보금이 많은 대기업을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며 지원 대상에서 대기업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의 지원 대상이 ‘공급 과잉 업종’으로 한정되고, 주식매수청구권 제한도 배제되는 등 정부안이 당초 산업계의 요구보다 후퇴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 법을 만들어 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대기업이 빠지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소규모 인수합병(M&A)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결국 중견·중소기업 간 구조조정이나 M&A만 가능한데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원샷법 통과를 포기하더라도 야당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연내에 발효시키려고 서두르다가 준조세 성격인 1조 원 규모 ‘농어촌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하는 바람에 여론의 비판이 커진 점 등을 의식한 것이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산업계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가 제대로 된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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