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앞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따가운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평화 시위’를 거듭 다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된 차로를 넘어선 행진이나 동선 이탈, 장시간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며 ‘준법 집회’에 무게를 뒀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폭력을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교통 흐름 방해 같은 행위도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주최 측 “폭력 쓰지 않겠다” 약속
5일 서울광장 집회는 오후 3시 시작된다. 주최 측은 5만 명 참가를 예상하면서 2시간 동안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부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2부는 ‘백남기 농민 쾌유와 민생살리기 민주주의 범국민대회’로 진행된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 관련법 개악 중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농민 고사 정책 중단 및 백남기 농민 부상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오후 5시 집회가 마무리되면 2개 차로를 따라 서울광장에서 무교로, 종로2가를 지나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3.5km 구간을 행진한다. 일부 참가자들은 복면 금지법 발의에 반발해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 성공회 개신교 원불교 등 각계 종교인 300여 명은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연 뒤 꽃을 들고 행진을 함께하며 집회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평화지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관계자도 “차벽이 설치되더라도 이를 부수지 않을 것이고, 물대포를 맞아도 물리적 폭력은 행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뒤인 오후 6시부터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4000명이 참여하는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4일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회색 법복을 입고 주먹을 쥔 채 투쟁을 독려하는 동영상과 함께 “2차 민중 총궐기, 정권이 주는 공포를 뚫고 우리는 다시 모입니다. 이천만 노동자와 전 민중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서울로, 서울로 진격해 민중의 힘이 세상의 주인임을 선언합시다”라며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 경찰 “긴박한 상황 발생땐 차벽-살수차 동원”
경찰은 준법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어떤 불법 행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폭력 없는 평화 시위뿐 아니라 도로 무단점거, 행진 코스 이탈, 집회신고 시간 초과 등의 행위가 없는 ‘준법 집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225개 중대 1만80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한다. 불법 행위에 대비해 차벽 트럭 20대, 살수차 18대도 준비했다. 차벽과 살수차를 먼저 쓰지는 않되 긴박한 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곧바로 차벽과 살수차를 동원할 방침이다.
특히 복면을 쓰고 폭력을 행사하면 현장에서 검거할 계획이다. 차벽을 훼손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불법 시위자들에게 유색 물감을 뿌리고, 경찰 기동대로 구성된 검거 전담반을 투입한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과거처럼 시위대를 막기만 하지 않고 검거작전도 펼칠 것이다. 불법 행위를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광장 주변의 검문검색도 강화한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투쟁본부 측이 장기간 불법 집회를 계획하고 철제 사다리, 쇠파이프 등 불법 시위용품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집회에는 검문검색을 통해 불법 시위용품을 미리 찾아낼 계획이다.
지난달 14일 집회 때 검거하지 못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올 때에는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5일 0시부터 조계사 스님과 종무원들의 출입증을 확인하고 신도를 가장한 무단출입을 차단해 한 위원장이 집회에 참가하거나 제3의 장소로 도피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조계사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도 차단할 예정이다.
한편 5일 집회 현장에는 전·의경부모모임 소속 회원 20여 명이 참석해 집회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이 모임의 강정숙 회장(50)은 “지난달 집회가 너무 폭력적이라 부모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라며 “(집회 참가자가) 법과 원칙에 따르는지 지켜보겠다. 법을 어기는 사람에게는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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