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이 주최한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경찰과 충돌 없이 끝났다. 이번 대회를 평화 시위로 이끈 것은 무엇보다 여론의 압력이다. 지난달 14일 민노총이 주도한 1차 집회의 폭력 시위 장면은 상세히 보도돼 여론의 비판이 빗발쳤다. 일부 종교인들과 야당 정치인까지 나서 민노총의 평화 시위를 압박하게 만든 계기였다. 주최 측은 또다시 폭력 시위를 했다간 거센 역풍이 불 것을 우려했고 경찰의 집회 금지를 뒤집은 법원의 체면도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엔 평화 시위를 했지만 민노총은 19일 ‘제3차 민중총궐기’를 또다시 예고했다. 국민이 계속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만 평화 시위가 정착될 수 있다.
평화 시위가 뉴스가 되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민노총이 주최한 집회가 그동안 얼마나 폭력 시위로 흘렀는지를 일깨워준다. 경찰이 차벽 설치 등 과잉대응을 하지 않아 평화 시위가 가능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앞뒤가 뒤바뀐, 적반하장(賊反荷杖)에 가까운 억지다. 경찰이 복면시위자가 폭력에 가담할 경우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엄중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폭력 시위를 막는 데 기여했다. 복면 뒤에 숨었던 민노총의 불법시위꾼들이 움찔했을 것이다. 1차 집회의 복면 폭력시위자에 대해서도 끝까지 신원을 확인해 엄벌해야 한다.
경찰은 어제 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위원장 당선 이후 ‘청와대 진격’을 주장했고 1차 집회에 앞서 1만2000여 개의 복면을 민노총 자금으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떠나기로 약속한 기한이 어제로 끝났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도법 스님이 한 위원장을 만나 퇴거를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한 위원장은 법원에 의해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범죄혐의자다. 조계사가 범죄혐의자에게 20일 넘게 은신처를 제공한 결과 그는 경찰이 눈뜨고 보는 앞에서 영상 메시지로 2차 집회를 주도하며 공권력을 조롱했다.
5일 집회 때 시위대가 도로 2개 차로를 차지하고 도심을 행진하면서 시민들은 하루 종일 큰 불편을 겪었다. 거의 주말마다 이어지는 집회와 시위로 교통체증이 일상화하고 영세상인들과 택시기사들은 생계활동까지 위협받고 있다. 언제 어디든 집회신고만 하면 허용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선진국처럼 경찰이 집회와 시위를 도심 밖 개최로 유도할 수 있게 재량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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