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없인 청년고용 힘들어… 野, 노조만 대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7일 03시 00분


[위기의 한국경제 살리려면]최경환 부총리에게 듣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산업정책을 아무리 추진해도 기업의 경쟁력이 없으면 경제성장이 안 된다”며 “‘세계 생산기지’ 개념을 도입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산업정책을 아무리 추진해도 기업의 경쟁력이 없으면 경제성장이 안 된다”며 “‘세계 생산기지’ 개념을 도입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작년 7월에 취임했을 때 한국의 경제 주체들은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1년 5개월 동안 경제 체질 개선과 경제 활력 제고란 ‘두 마리 사자’를 잡느라 숨 가쁘게 달렸습니다.”

정치권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수출 부진에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취임 초기 상황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는 등 한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노동개혁 등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산업 정책과 관련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임시방편만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날 인터뷰는 임규진 동아일보 부국장이 진행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가 임규진 동아일보 부국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가 임규진 동아일보 부국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재임 기간에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택시장 정상화대책 등의 효과로 올해 내수가 살아나면서 3분기(7∼9월) 성장률이 5년 만에 최고인 1.3%까지 올랐다. 다만 노동 금융 분야의 개혁이 아직 미흡하다. 임금피크제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노사정 대타협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최 부총리의 경제 정책을 뜻하는 ‘최(崔)노믹스’는 완성됐다고 보나.

“그 이름에는 취임 당시 신임 부총리에 대한 기대가 들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를 완전히 살리기에 1년 5개월은 짧았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추진한 확장적 재정 정책 등 전체 경제 정책이 베스트였다’라는 해외의 평가가 많다.”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을 쓰면 투자 등을 위해 대출이 늘고, 부채도 당연히 증가한다. 그게 바로 ‘저금리 효과’다. 늘어난 부채는 주택 등 담보가 있고 개인의 자산이 됐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미의 빚이 아니며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도 한국이 적극적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펼 여력이 있다고 본다.”

―조선 해운 철강 등 산업 구조조정 방향은….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기업활력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명 ‘원샷법’이 키를 쥐고 있다. 이 법을 통해 정상적인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사업 재편이어야 한다. 이런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재정에서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정했다.”

―조만간 발표될 내년 경제 정책 방향에서 크게 바뀌는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이 중국에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고, 중국은 완제품을 수출하는 식의 분업구조가 깨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현재 기술력을 감안할 때 낡은 구조에 안주할 수 없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생산기지’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을 무조건 밖으로 내보내자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육성할 부분은 국내에서 규제를 풀어 최대한 지원하고, 해외에 생산기지를 세워 경쟁력이 높아지는 기업의 해외 투자를 막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으로 국내에서 용접공을 몇 만 명씩 고용할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연구개발(R&D) 지원과 규제 완화다. 예를 들어 과도한 임상 규제로 한국에서는 신약 개발이 어렵다고 한다. 무인자동차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특정 지역을 정해서 ‘한 번 해보라’고 마당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런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산업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안 돼 청년층의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정규직이 늘어야 청년 일자리도 늘어나는데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와 고용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현 상황에선 기업이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야당도 기득권 노조를 대변하지 말고 전체 청년층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연말까지 노동개혁이 안 되면 국민들이 내년 총선 때 심판하지 않겠는가.”

―이르면 금주 내에 개각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차기 부총리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

“부총리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3등분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부처 내에서 정책을 잘 만드는 능력, 국회 청와대 등 관계기관을 설득하는 능력, 국민과 소통하는 능력이 3분의 1씩 고르게 필요하다. 예전보다 설득,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임기 중 이 3등분론을 지키려 노력했다.”

―경제 관료로 시작해 언론인, 정치인을 거쳐 다시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경험에 비춰 후배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5년 단임 정권들을 여러 번 거치면서 공무원들이 ‘자기 한계’를 정해두고 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음을 두려워해서 소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러분은 직업공무원이다, 사명감을 갖고 옳은 정책을 추진해라, 정무적인 판단은 장관이 한다’라고 강조해 왔다.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터뷰=임규진 편집국 부국장
정리=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한국경제#경제#최경환#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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