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계종은 언제까지 ‘민노총 범법행위’ 보호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0시 00분


서울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어제 “노동법 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중단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이른바 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가 끝난 뒤 이곳에 들어가 2차 집회가 끝나고 거취를 밝히겠다며 나갈 뜻을 시사했는데 번복한 것이다. 경찰은 한 씨가 노조 자금으로 복면용 두건 1만2000장을 구입해 나눠 주고 “청와대 진격”을 외치며 폭력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본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1차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일거리를 주지 않겠다”고 압력을 가했다는 한 씨가 ‘노동법 개악’ 운운하는 것은 앞뒤 안 맞는 일이다. 전체 근로자의 3%에 불과한 귀족노조 민노총이 불교를 ‘인질’ 삼아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칠 노동법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처리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법치를 조롱하는 일과 다름없다.

애초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 씨의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인 것부터 잘못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어제도 “화쟁위를 통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대화와 중재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했으나 사회문제에서는 종교인의 순수함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조계사는 총무원의 직영 사찰이다. 한 씨가 조계사에 들어왔을 때 총무원장이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고 하지만 귀국한 후에도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은 무책임하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응당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천주교 명동성당이 엄혹한 유신정권 이래 민주화가 이뤄질 때까지 시국사범의 은신처가 된 때가 있다. 명동성당은 2000년 한국통신노조의 농성을 물리친 이후 더이상 범법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국가 법원이 사전구속영장까지 발부한 범법자를 종교가 보호하는 나라를 정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경찰은 한 씨 검거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한다면서도 조계사 경내 진입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계사에 진입하지 않고 한 씨를 검거할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도 경찰도 불교계 눈치를 보는 듯하다. 선거에서 지면 정권이 교체될 뿐이지만 법 앞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조계종#조계사#한상균#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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