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쟁점법안 일괄처리” 野 “합의된 것만”… 20분만에 결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9일 03시 00분


[할 일 팽개친 국회]삿대질만하다 끝난 여야 협상… 9일 정기국회 ‘빈손’ 폐회될듯

정치권은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8일 여야가 마주 앉아 견해차를 확인하고 일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2일 여야가 쟁점 법안 처리 방안에 공동 서명한 합의문은 종이 조각에 불과했다. 곧이어 상대방을 향한 ‘네 탓’ 공방만 벌어졌다. 통절한 반성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였다. 정기국회는 또다시 ‘빈손 국회’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 서로 삿대질만 한 여야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만나 쟁점 법안 처리 일정을 집중 논의했다. 테러방지법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른바 ‘원샷법’) 등 쟁점 법안 일괄 처리 방안을 논의했지만 서로 평행선을 달렸다.

조 수석부대표는 “(상임위) 여야 간사가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의도적인 회피이자 태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부대표는 “법안 내용과 건수조차 청와대가 지시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 법안 30개 중 29개 정도를 처리해 줬는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한 개를 처리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야당에 돌리는 건 무책임하다”고 받아쳤다.

협상 결렬 이후 이 수석부대표는 “9일 본회의에서는 법사위를 통과한 무쟁점 법안 처리와 해당 상임위에서 합의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포함하자는 정도를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첨예한 쟁점 법안 처리는 없다는 선언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7일 청와대 회동을 문제 삼았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저의 협상 파트너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이지, 새누리당 원내 총감독 역할을 하는 박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국민은 국가 운영을 잘하라고 대통령을 뽑았더니 대통령은 선거에 몰두하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심야 회동을 야당에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와 통화했지만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 정의화 “상임위 합의 안 되면 직권 상정 못 한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달려갔다. “쟁점 법안 통과를 위해 의장이 나서 달라”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조 수석부대표는 “(야당이) 의도적 태업을 하는 비정상에 대해 의장이 가만히 있으면 그것도 직무 태만”이라며 정 의장의 ‘결단’을 압박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이) 국민을 위한다면 (직권 상정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합의가 근접한 법안에 대해선 국회법 내에서 의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뭐가 있는지 검토해 볼 것”이라면서도 “직권 상정도 상임위에서 합의된 법이어야 한다. 상임위를 뛰어넘을 순 없다”고 일축했다.

새정치연합은 9일 본회의에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만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다. 또 노동개혁법과 테러방지법은 해당 상임위에서 합의된 뒤에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서비스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합의에 실패했고, 원샷법과 상생협력법을 논의해야 하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여야 협상 결렬과 국회의장의 ‘상임위 우선 협상’ 방침에 따라 사실상 정기국회 내 쟁점 법안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 야당, 노동개혁 법안 의사일정 합의 거부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기울이는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야당의 반발은 거세다. 당장 임시국회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새정치연합 이 수석부대표는 여당의 단독 임시국회 소집에 대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연장 문제와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여당이 먼저 수용하지 않으면 19대 국회에서 더이상 임시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5개 법안 가운데 개악의 요소가 제외된다면 충분히 입법이 가능하다”며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 (두 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은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 대표는 이 제안을 일축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고용 안정법’이고, 파견법은 ‘중장년층 일자리 만들어 주기 법’”이라며 “비정규직 근로자 80% 이상이 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당의 대표가 그렇게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
#국회#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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