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진영의 총공세가 벌어졌다. 오전 8시 비주류 주축의 ‘구당(救黨) 모임’, 오전 9시 30분 호남 의원 긴급 회동에 이어 오전 10시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낮 12시 중진 모임 오찬 간담회, 오후 3시 호남 당원 2000명의 ‘문재인 대표 당원소환투표’ 청구서 제출까지 숨 가쁜 일정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 대표는 ‘혁신 드라이브’와 ‘총선 체제 돌입’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의석 127석의 제1야당이 일촉즉발의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최고위가 만신창이가 됐다”
주 최고위원은 4일부터 문 대표의 ‘혁신 전대’ 개최 거부에 대해 항의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 왔다. 그리고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문 대표에게는 당을 살리고, 화합하기 위한 진정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재차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주장했다.
지난달 사퇴한 오영식 최고위원에 이어 주 최고위원까지 물러나면서 선출직 최고위원은 단 3명만 남게 됐다. 여기에 비주류 진영인 이종걸 원내대표도 당무를 거부하며 문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최고위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고 혀를 찼다.
비주류 의원들의 ‘구당모임’도 문 대표 압박에 가세했다. 이날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는 구당모임 성명서에는 의원 19명이 서명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비주류 당직자들도 금명간 연쇄 사퇴할 계획이다.
○ 문 대표 사퇴 한목소리, 탈당에는 다른 목소리
당 일각에서는 일부 비주류 의원의 탈당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은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재고해 달라는 ‘최후통첩’마저 거부하자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가 “도당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압박한 유성엽 황주홍 의원도 사실상 탈당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주류 진영 의원들은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면서도 탈당에는 신중한 반응이다. 한 호남 의원은 “문 대표가 물러나야지 왜 우리가 당을 떠나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희상 이석현 유인태 김성곤 등 중진 의원들도 이날 오찬 회동을 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문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회동 후 김 의원이 문 대표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지만 문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보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조정식 민병두 의원 등 ‘통합행동’도 “통합 전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안 의원의 결심이 분당이냐 통합이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탈당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이익을 우려한 수도권, 호남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하위 평가 20%’ 발표를 전후로 연쇄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여전히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선출직평가위에 반발해 탈당한다면 자신이 ‘하위 20%’에 든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탈당해서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도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마이 웨이’ 거듭 못박은 문재인 ▼
“안철수는 공동창업주… 탈당 말 안돼, 통합全大 성사땐 대표직 물러날수도”
安의 ‘혁신全大 최후통첩’ 일축… “어떤 상처 받아도 뚝심있게 갈것”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 개최 거부를 재고해 달라”는 안철수 의원의 ‘최후통첩’도 거부했다.
문 대표는 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총선을 앞두고 경쟁하는 전대는 분열과 많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 분명한데 언제 총선을 준비하며 언제 혁신하겠느냐”며 “대표 권한으로 어떤 상처를 받더라도 끝까지 뚝심 있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총선까지 현 체제로 ‘마이 웨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탈당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안 의원은 우리 당을 만든 공동창업주”라며 “‘대표 물러가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안 의원이) 탈당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주류를 향해서도 재차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표는 “탈당은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공천에 대한 불안, 하위 20% 배제에 대한 걱정 때문에 탈당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서도 “다수 최고위원들은 (주 최고위원과) 생각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의 기반인 호남권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문 대표는 “지금 우리당이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당이 총선 승리의 희망과 정권교체 희망을 보여주면 금방 다시 지지자들이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 (탈당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 야권 세력과 통합하는 전대가 될 수 있다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이미 통합 전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편 문 대표와 가까운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안 의원 등의 탈당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최고위는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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