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주민 이욱주 씨(44·여)가 이웃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씨가 ‘먼저 인사하면 행복해집니다’라는 피켓을 흔들며 낯간지러울 법한 인사를 건네도 인사를 받는 주민들은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이 씨가 한 초등학생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자 학생은 ‘배꼽인사’를 하며 “안녕하세요”라고 우렁차게 외쳤다.
이 씨가 매주 월요일 오전 아파트단지 앞에 나와 ‘인사캠페인’을 펼친 것은 올해 4월 ‘인사하기 실천리더’에 뽑힌 이후다. 처음에는 인사를 건네는 이도, 받는 이도 쑥스러워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늘 쑥스러워 도망가던 아이가 이제는 먼저 인사를 하고 갈 만큼 인사를 주고받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인사의 힘은 컸다. 아파트 주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면 인사를 나눴던 주민들이 주저 없이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주민 전체의 변화다. 아파트 주변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던 주민들이 인사로 서로 얼굴을 익히고 나니 주민과 마주치면 부끄러워 담뱃불부터 끄기에 바빴다. 얼마 전 새벽에 드럼을 쳐 한바탕 소란을 벌였던 두 가구도 이 씨의 주선 아래 인사로 갈등을 풀었다. 이 씨는 “처음 이사를 왔을 때만 해도 이웃과 서먹했는데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인사의 힘은 집 밖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14층 규모에 200여 명이 근무하는 서울 척병원은 분과 업무의 특성상 다른 층 직원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 7월부터 병원 내 인사하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조용했던 점심시간은 왁자지껄한 ‘수다시간’으로 바뀌었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 간에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기회가 늘어났다. 이현숙 간호부장(52·여)은 “인사한 다음부터 서로에게 다가가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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