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 엄연한 車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03시 00분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36>두바퀴족의 에티켓

회사원 남모 씨(50)는 8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인근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택시 정류장으로 발길을 재촉하던 보행자 A 씨와 부딪쳤다. 충돌한 곳은 인도에 설치된 자전거 겸용도로였다. 남 씨는 양쪽 무릎에 찰과상을 입은 A 씨와 어렵게 합의했다.

남 씨는 “자전거 겸용도로 위로 유모차를 끌고 가는 주부나 노인 때문에 사실상 겸용도로라는 표현이 무의미할 정도”라며 “충돌 시 재산상 피해는 결국 자전거 운전자가 지는 만큼 사고 이후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전거족(族)’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만 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도로로는 전용도로와 겸용도로, 우선도로 등이 있다. 겸용도로는 인도에 구획을 표시해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한 것이며 우선도로는 차와 자전거가 함께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한 도로를 말한다.

지난해 말까지 서울시에 생활 운송을 위해 조성된 자전거 도로(한강둔치, 공원 등 레저활동용 도로 제외) 460.2km 가운데 전용도로는 69km(15%)에 그쳤다. 나머지는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와 함께 쓰는 겸용 또는 우선도로다. 승용차 위주로 교통 체계를 구축하다 보니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량으로 분류되면서도 정작 제대로 달릴 공간은 보장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 자전거족 모두가 ‘자전거도 차’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자전거 겸용도로에서는 손수레, 유모차 등을 몰지 않는 것이 좋다. 갑작스럽게 자전거가 달려올 때 발 빠른 대피가 어렵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도 되도록 안전한 인도로 보행할 필요가 있다. 차량과 자전거가 함께 이용하는 자전거 우선도로에서는 차량 운전자들이 상대적으로 운행 속도가 느린 자전거를 배려하는 여유가 요구된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는 자전거가 다니는 도로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겸용도로 방식을 채택해왔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려야겠지만 당장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보행자와 차량 운전자의 공감대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자전거#車#두바퀴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