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0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친노무현) 진영 쳐내기’에 나섰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문 대표는 최측근인 노무현 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과 기초단체장들까지 주저앉혔다. 문 대표가 ‘친정’에 칼을 댄 건 비주류를 쳐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혁신을 위해 낡은 진보 청산을 주장한 안철수 의원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그의 탈당 명분을 허무는 포석이다. 문 대표가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얘기다. 문 대표를 흔드는 비주류 진영을 겨냥한 선전포고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 문 대표, 육참골단의 첫 승부수
문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해 왔다. 그러나 8일 한 전 총리의 당적 제명을 가능케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상정한 데 이어 탈당까지 요청했다. 문 대표는 “한 전 대표의 결백을 믿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정치적인 거취를 결단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한 전 총리는 “당과 문 대표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다음 주 탈당계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 전 총리는 당헌·당규 개정안이 14일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당적이 정리될 처지였다. 이 개정안은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 일부를 수용한 것이다. 문 대표가 안철수표 혁신의 주요 타깃이던 한 전 총리의 거취를 먼저 정리함으로써 안 의원의 혁신 공세에 반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표는 친노 성향의 기초단체장인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총선 출마 포기를 설득했다. 또 문 대표의 최측근인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윤건영 당 대표 정무특보의 불출마 의사도 확인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근거 없는 측근 챙기기 의혹을 직접 해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이 이런 혁신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당내에서 계파를 챙기는 공천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가 그분들에게 대승적인 결단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가 평소 강조해온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의 첫 승부수라는 관측도 나왔다.
○ “이제 칼끝은 비주류를 향한다”
당내에서는 “이제 문 대표의 칼끝이 비주류를 향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첫 대상으로 호남 비주류 좌장인 박지원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14일 최고위와 중앙위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이 통과되면 박 의원은 당원권이 박탈된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한 의원은 “문 대표가 나도 이렇게 했으니 당신도 결단하라는 식”이라며 “매우 공격적이며 정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주류 의원은 “구청장은 출마 자체가 반개혁적”이라며 “측근 현역 의원들에 대한 ‘제 살 베기’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문 대표 측은 단호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선출직평가위의 평가 기준에 못 미치면 자연스럽게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카드 결제기 이용 시집 강매 파문의) 노영민 의원도 윤리심판원 결정이 나오면 결국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표는 비주류의 공세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이날 최재천 정책위의장이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정책위의장 자리에서 물러나자 문 대표는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문 대표는 당분간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문 대표가 친노 현역 의원들까지 정리한다면 비주류가 문 대표를 성토할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며 “이는 비주류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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