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관광 재개”만 반복… 다음 회담 날짜도 못잡고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남북 1박 2일 차관급 회담 결렬

회담장에 걸린 남북 두 시계



11일 오후 개성에서 열린 제1차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장에 걸린 두 시계가 각각 남측 시간(오른쪽)과 그보다 30분 느린 평양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회담장에 걸린 남북 두 시계 11일 오후 개성에서 열린 제1차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장에 걸린 두 시계가 각각 남측 시간(오른쪽)과 그보다 30분 느린 평양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금강산 관광 문제에 막혀 결렬되면서 당분간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1일부터 1박 2일 회담 내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된 만큼 북한이 신변 안전 보장, 재발 방지 문제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남북 사이 간극은 너무 컸다. 결국 회담 시작 31시간 25분 만인 12일 오후 6시 20분, 북한 측이 “남측이 관광 재개에 의지가 없다. 더 이상 협의할 필요가 없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14일에 다시 회담을 열자”거나 “판문점 채널을 통해 다음 회담 일정을 논의하자”는 남측 제안에 북측은 답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추가 당국회담 제의를)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계했다. 두 사안의 “동시 추진, 동시 이행”을 주장했다. 북한은 내년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얘기한 우리 제안에 “내년 3, 4월 관광을 재개하면 그때 맞춰 이산가족 상봉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남측은 “두 사안을 연계할 수 없다”면서도 내년 1월 말에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할 실무회담을 동시에 열자고 제의했다. 고위 당국자는 “두 사안을 원칙적으로 분리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실무협의의 진도가 같이 나갈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금강산 실무회담에선 신변 안전 보장, 재발 방지, 사업자의 재산권·사업권 보장 등 3대 조건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진상 규명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금강산 실무회담에 응할 수 있다고 했지만 먼저 관광 재개를 합의하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 해결, 환경·민생·문화 3대 통로를 위한 협력사업,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남측의 제안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걸림돌이 되는 북핵문제 해결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핵·인권 문제를 꺼내지 말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회담이 끝난 12일 밤 결렬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근본적인 문제”라고 표현했다. 대북 소식통은 “주한미군 철수 등 ‘체제 문제’에 써 오던 표현을 ‘돈 문제’인 관광 재개에 처음 쓴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를 반드시 관철시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 7차 당 대회 전까지 가시적인 경제성과가 절실한 김정은이 매년 평균 50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벌어들이는 달러박스였던 금강산 관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다른 소식통은 “12일 북한 모란봉악단이 갑작스럽게 북한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나온 북한의 회담 결렬 통보는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란봉악단에 대한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가 남북회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북한#차관급 당국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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