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5년마다 보고 의무화… 더 높은 목표 내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타결]

“가장 아름답고 평화적인 혁명이 이뤄졌다. 지구를 위한 위대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지구를 구하기 위한 최선의 기회이자 전 세계를 위한 전환점이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12일 타결되자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막판까지 협상이 난항을 겪었지만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극적으로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

○ 신기후체제 청사진 완성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2020년부터 발효되는 파리협정은 신기후체제를 끌고 가게 될 청사진으로 평가받는다.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의무적으로 부과했던 것과 달리 파리협정은 개도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9개항으로 구성된 협정문에는 △감축 목표 △적응 △재원 마련 △기술 지원 등의 합의 내용이 빼곡히 담겼다. 우선 지구 온도 상승의 제한 폭과 관련해 회원국들은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1.5도 이하’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각국의 감축 목표량이 모두 달성된다 하더라도 2.7도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는 몰디브, 투발루를 비롯한 도서 국가들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한 것. 이 국가들은 “2도 상승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겨 없어진다는 의미” “우리에겐 절박한 생존의 문제”라며 상승폭을 1.5도 밑으로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해왔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법적 구속력과 관련해 감축목표(NDC) 부분에서는 자발적인 기여를 인정해 각국이 제출한 목표치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구체적인 의무 할당량 수치나 미(未)이행 시 처벌조항 등은 넣지 않았다. 그 대신 5년마다 이행 상황 보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국제사회 공동의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 시스템을 만들도록 해 형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을 갖췄다. 중국과 인도가 의무화에 반대했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 ‘윈윈(win-win) 전략’ 통했다

선진국들이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합의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매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를 지원하고 기술 전수와 정보 공유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협정은 또 유엔협약 중심의 탄소시장 외에도 당사국 간의 자발적 협력을 통해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개도국의 배출량 검증 및 가격 산정의 투명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장을 통한 거래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다.

막판까지도 치열한 협상전을 벌였던 선진국과 개도국은 파리협정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협정문이 최종 통과되자 총회장에 모여 있던 2000여 명의 각국 대표는 기립박수를 쳤고 서로 껴안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 대한 보상 및 지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조항들의 의무화는 피해가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은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지원에 법적 구속력을 두는 것을 넘을 수 없는 금지선(red line)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개도국들은 지구 온도 상승 목표치와 재원 규모 등에서 요구사항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인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20개 개도국 그룹인 ‘LMDC’의 구르디알 싱 니자르 대변인은 “개도국들의 이해를 고려한, 균형 잡힌 합의”라고 평가했다.

○ 위기이자 기회, 그 새로운 시작


구체적인 이행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협정이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기상학자인 제임스 핸슨 박사는 이번 협정에 대해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의미 없는 약속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국내에서는 위기이자 기회인 신기후체제로의 전환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산업 현실을 감안할 때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과는 경제성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도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에너지 효율화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줄이도록 노력하겠지만 대폭 감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정은 lightee@donga.com·박형준 기자 / 파리=전승훈 특파원
#파리 기후변화 협정#기후변화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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