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태양광 전문 계열사 한화큐셀은 4월 20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1.5기가와트(GW) 규모의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1.5GW 규모는 태양광 업계 단일 공급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4년간 적자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태양광에 투자한 김승연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화큐셀은 10월부터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한다. 넥스트에라는 한화큐셀로부터 공급받은 모듈을 모두 미국 내에 지을 태양광발전소에 사용할 예정이다. 1.5GW 모듈이 모두 설치된 뒤 발전량은 대구 전체 인구(250만 명)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비밀유지 조건에 따라 계약금액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은 5월 초 선수금으로 4851억 원을 받았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한화큐셀은 전 세계 태양광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존재감을 알리게 됐다. 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넥스트에라가 2017년 이후 건설할 태양광발전소에도 모듈을 우선 공급하기 위해 내년 여름부터 협의한다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킨 것. 아르만도 피멘텔 넥스트에라 사장은 “기술력과 신뢰성, 친환경 태양광 글로벌 사업에 대한 비전을 함께하는 한화큐셀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0년 중국 솔라펀 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며 한화솔라원이라는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한화그룹은 첫해에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후 태양광 산업 침체로 4년 연속 적자를 봤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의지를 갖고 투자를 계속했다. 그는 2011년 10월 한화그룹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태양광과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가야 한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2012년에는 세계적인 셀 생산 기술을 보유한 독일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을 출범시켰다. 2015년 2월에는 태양광 계열사 두 곳을 통합했다.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 생산규모(연산 3.7GW) 기준 세계 1위 업체가 됐다.
4년 연속 적자를 본 한화큐셀은 마침내 올 3분기(7∼9월)에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 4938억 원, 영업이익 466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4∼6월)에 처음 흑자(영업이익 11억 원)를 보고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약 40배 성장한 것이다. 4분기 전망도 좋다. 넥스트에라에 총공급 물량의 10%가 납품될 예정이라 매출 1000억 원이 발생할 예정이다.
태양광 사업을 통해 3세 경영도 탄력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는 6일 정기 임원 인사에서 승진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상무가 된 지 1년 만이다. 한화그룹은 “넥스트에라와의 공급계약 체결 등 세계 전역에서의 사업 수주로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2010년 1월 한화그룹에 입사한 김 전무는 2012년 1월 한화솔라원 전략실장(CSO)으로 발탁되며 태양광 사업에 발을 들였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인도에 내년 3월까지 148.8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완공하는 등 태양광 신흥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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