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서점… 책이 더 소중해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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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41>달라지는 독서 문화

지난달 11일 강원 속초시의 동아서점을 찾은 어린이들이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내년이면 개점 60주년을 맞는 이 서점은 ‘체험형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아서점 제공
지난달 11일 강원 속초시의 동아서점을 찾은 어린이들이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내년이면 개점 60주년을 맞는 이 서점은 ‘체험형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아서점 제공
“삶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미 ‘글쓰기의 최전선’에 나갈 준비는 마친 셈. 당신의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글쓰기의 최전선’을 주문하신 황은주 고객님의 추천사.

강원 속초시에서 60년 가까이 운영된 ‘동아서점’은 10일부터 ‘타인의 취향’이라는 주제로 이런 글귀가 붙은 책 22권을 전시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있지만 굳이 동네 서점을 찾아 책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가져가는 사람들을 위해 서점이 준비한 감사의 이벤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참고서와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하는 평범한 서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며 ‘머물고 싶은 서점’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속초에서는 보기 드문 20, 30대 고객이 늘고 서울의 서점에서 견학을 오기도 했다.

3대째 서점을 운영 중인 김영건 씨(28)는 “단순히 책 파는 공간이 아니라 편히 책을 읽는 공간으로 바꾸고 손님들과 소통하려 노력하다 보니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지난달 100명이 한꺼번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을 들이는 등 ‘책 파는 공간’에서 ‘책 읽는 공간’으로 대규모 리모델링을 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도 새로운 모습이 포착됐다. 15일 오후 8시 30분경, 200여 명이 책을 보고 있었지만 책을 깔고 앉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열대에서 꺼내본 책을 구겨지지 않게 조심히 읽고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모습도 발견됐다. 2주에 한 번 교보문고를 찾는다는 표지수 씨(21·여)는 “과거에는 공간이 부족해 서서 책을 보다가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치곤 했는데 이제는 오래 머무르고 싶다”고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도 “리모델링 이후 달라진 분위기에 손님들이 책을 다루는 모습도 바뀐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책을 보기만 하고 떠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책을 구매해 매출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일본 쓰타야 서점처럼 오프라인 서점이 문화적 체험 공간으로 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 문화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점#책#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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