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부채 이자부담 커지나”… 내수 버팀목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7일 03시 00분


[막내리는 美 ‘제로금리’]
[美 금리인상, 한국경제 어디로]<1>저성장 엎친데 덮친 파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유지돼온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뒤집고 금융자본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메가톤급 사건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시장의 전망대로 연준이 이번에 시작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면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이 신흥시장에서 미국 중심의 선진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자본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달러가 넘쳤던 개발도상국들이 비틀거리고, 거품이 끼어 있던 자산가격이 순식간에 빠질 수 있다.

한국도 이 같은 세계 경제의 거대한 폭풍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정부는 16일 점검회의에서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규모 자본 이탈 가능성은 낮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이어질 연쇄 반응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의 경기둔화, 신흥국의 외화난, 가계·기업부채 등 국내외 경제의 도처에 깔린 뇌관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는 당분간 살얼음을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내수-수출에 동반 타격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장 직접적인 경로는 국내 기준금리 및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부채의 부실화다. 한국은 미국과의 적정 금리차를 유지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어느 정도 간격은 두더라도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한은은 공식적으로는 ‘우리도 금리를 따라 올릴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글로벌 자본의 흐름상 통화정책 동조화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금리가 오르면 각각 1200조 원, 2400조 원에 이르는 가계 및 기업부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일부 악성부채는 연체나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생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취약한 상태임을 지적했다. 이런 부채 리스크는 당장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촉발시키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를 다시 부진에 빠뜨릴 공산이 크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좋아져서 금리가 오르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외부 요인 때문에 금리 인상이 강요되는 것이라 경기 충격을 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수출 여건도 더 나빠질 우려가 크다.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신흥국이 금리 인상의 충격을 받아 흔들리면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특히 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들은 위기가 순식간에 전염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순간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소지가 있다. 물론 미국의 경기 호조로 대미(對美) 수출이 개선된다면 이런 부정적인 효과를 일부 만회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의 경기 회복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중국의 경기 하강 등 다른 악재가 워낙 커서 그로 인한 이득은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외국인 자금 단기 유출 불가피

국내 자본시장 역시 어떤 식으로든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2004년 6월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후 80일간 한국 증시가 20% 이상 하락했다.

특히 지금은 국제유가 급락, 중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신흥국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의 부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신흥 시장에 유입됐던 글로벌 자금이 안전 자산을 찾아 선진국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증시도 자금 유출의 몸살을 앓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000억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6일까지 2조8000억 원을 팔아치웠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에는 국내 시장에서 최대 2700억 달러(약 310조 원)의 해외 단기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금리 인상 위험이 시장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이 처음 출구전략을 시사해 ‘긴축 발작’이 일었던 2013년 5∼6월과 비교하면 지금은 국내 증시의 민감도가 그리 크지 않다”며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어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가계부채#기업부채#美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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