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3차례의 국무회의에서 정치권을 정조준했다. ‘진실한 사람 선택’(11월 10일) ‘국회는 립서비스만 하는 위선 집단’(11월 24일) ‘국회는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12월 8일) 발언은 2주에 한 번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6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이야기한 곳도 국무회의다.
국회가 오죽 답답했으면 대통령이 나섰겠느냐는 지적이지만 문제는 형식이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헌법 상 기구이지 정치권을 ‘훈육’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래서 국무회의가 사실상 ‘어전(御前)회의’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들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청와대 회의 분위기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오죽하면 ‘적자생존’(대통령 말씀을 잘 받아 적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이라는 말이 회자되겠느냐”며 “공개 석상은 말할 것도 없고 비공개 국무회의 자리에서도 활발한 토론은 드물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도 “내각 구성원과 참모진의 면면을 보라”며 “대통령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묵묵히 할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 국무회의는 ‘봉숭아학당’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토론과 소통이 이뤄졌다는 부분은 벤치마킹할 대목”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한다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4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고 기자회견은 지난해와 올해 딱 두 차례에 그쳤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첫 4년 동안의 기자회견이 78차례로, 월평균 1.6회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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