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이끌고 있는 재닛 옐런 연준 이사회 의장의 ‘깜짝 쇼’는 없었다. 1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에 발표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그동안 시장이 예상해왔고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희망했던 내용 그대로였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이번에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하지 않으면 연준의 신뢰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제 시장의 최대 관심은 다음 금리 인상 시기와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 “내년 4차례 금리 인상” 시사
연준이 이날 발표한 기준금리 전망치(점도표·dot plot)의 중간 값을 보면 내년 말 1.375%, 2017년 말 2.375%, 2018년 말 3.25%로 인상된 뒤 장기적으로는 3.5%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다음 금리 인상을 언제 할지 정확한 시간표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보면 내년에 4차례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후 두 번째 인상 시기로는 “내년 3월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형 은행인 TD뱅크도 “연준 성명서에 ‘다음 회의에서의 인상’ 여부에 대한 표현이 삭제된 점으로 봐서 1월 FOMC 회의에선 금리 인상이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목표 범위와 규모를 조정할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정보가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완전고용과 2% 물가 상승, 물가 압력, 물가상승률 기대지표, 금융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인상 시기를 정하겠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이 이날 연준과 직접 거래하는 프라이머리 딜러 21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3개사(61.9%)가 차기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1분기로 꼽았다. 나머지 8개사(38.1%)는 2분기로 예상했다. 미국 금리전망 조사에 참여한 주요 기관 이코노미스트 78명 중 44명(56.4%)도 ‘내년 1분기에 0.25%포인트의 2차 인상이 이뤄져 기준금리가 0.5∼0.75%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 옐런, “합리적 확신에 기반을 둔 점진적 인상”
그동안 전문가들은 ‘12월 0.25%포인트 인상+내년 3회(총 0.75%포인트) 인상’을 가장 많이 예상했다. 이날 연준이 FOMC 위원 10명의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내년 4회 추가 인상을 시사하자 “시장의 기대나 전망에 비해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빠르고, 그 폭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잠시 나왔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금리 인상 발표(오후 2시) 30분 뒤에 진행된 옐런 의장의 1시간 기자회견에서 대부분 해소됐다. 옐런 의장은 회견에서 7년간의 제로금리 정책 폐지 및 금리 인상에 대해 “선제적 조치”라며 “통화정책이 경제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결정의 핵심 기준 가운데 하나인 장기 물가전망이 안정적이지만 앞으로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추가 인상은 유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물가 동향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실물경기 흐름을 감안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연준 성명과 옐런 의장의 회견에는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뚜렷이 반영됐다. 성명에는 ‘점진적(gradual)’이란 단어가 두 번 사용됐으며 옐런 의장은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물가가 금리 인상을 위한 목표치인 2%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이번 인상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최근 물가가 낮은 요인은 에너지 가격의 하락 같은 일시적 요인에 기반을 둔 것이고, 고용 여건이 상당히 개선돼 (2%로 물가가 오를 것이란) 합리적 확신이 있다”고 했다. 현재의 고용회복 흐름으로 볼 때 곧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것인 만큼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였다.
이어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이 견고하다고 평가한다”며 단기간에 경기 후퇴가 나타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이번 인상은 7년간의 비정상(제로금리) 시기의 종료를 의미하고 미국 경제 체질 개선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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