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국회의장 충돌]입법권 침해 비판 의식한 청와대
“국회의장, 정상화 책무” 우회 압박… 與지도부 총대 메고 직권상정 재촉
鄭의장 “차라리 내 姓 바꿔라” 강경… 당내 “총선 코앞서 집안싸움” 한숨
경제활성화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권 내부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쟁점 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하면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이 충돌하는 여권 내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야 대결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청와대는 17일에도 정 의장에게 경제활성화법안 등을 직권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할 책무가 (정 의장에게) 있다”고 압박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을 맡으면서 새누리당을 나와 무소속이 됐지만 범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정 의장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경우 국회에 개입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긴급재정명령 발동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정 의장을 압박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질식돼 있는 의회주의를 살린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반드시 결심을 해 달라”고 말했고,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를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쟁점 법안에 대해선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생각은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변할 수가 없다. 내 성(姓)을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라고 말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선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를 “무리한 초법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또 정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 전원) 157명 연서로 (직권상정 촉구 결의안을) 가지고 왔던데 일일이 체크 한번 해 볼까요, 다 도장을 찍었는지?”라고 반문했다.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것이 여당 의원 전체의 일치된 의견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오후 정 의장은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만나 쟁점 법안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를 도출해 올 것을 다시 한번 주문했다.
여당 내에서는 정 의장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야당과의 협상에 더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박(비박근혜)계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당이 야당과 대화하는 데 전혀 협상의 여지가 없이 접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서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별도로 만나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논의했지만 진전은 없었다고 한다. 원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하는 게 좋은데 안 되니까 직권상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투 트랙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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