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탕평공천, 안철수는 정체성… ‘6인6색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8일 03시 00분


[야권 재편 소용돌이]야권 주요 인물들의 현주소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야권의 재구성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내년 4월 13일 총선까지 4개월 동안 야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주요 정치인들의 행보는 중요한 변수다. 야권 개편의 키를 쥔 주요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딜레마를 짚어봤다.

① 문재인=사람

문재인 대표의 미래는 사람이 좌우한다.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공천’을 다짐한 문 대표에게 그 시금석은 이달 하순 선출직평가위원회가 보고할 소속 의원 평가 하위 20%(25명) 명단이다. 비공개라고 하지만 만약 비노(비노무현) 인사가 과반을 차지한다면 ‘친노(친노무현)공천’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최악의 당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화약고다. 이 때문에 문 대표 측이 일부 친노 의원의 불출마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살을 먼저 베어내는 전략인 셈이다.

② 안철수=정체성

신당 창당에 나설 안철수 의원의 딜레마는 역설적으로 혁신 성공 여부에 있다. 현역 의원 한 사람이 아쉬운 안 의원으로서는 자신이 강조한 혁신에 걸맞은 사람만 찾을 수 없는 형편이다. 안 의원이 17일 전주 방문에서 ‘함께할 수 있는 3대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도 그런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혁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력을 가진 사람과도 한배를 타야 하는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한 야권 인사는 “당을 함께한다고 해서 내년 총선 공천을 꼭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③ 김한길=희생

김한길 전 대표는 ‘안철수 신당’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총선, 대선을 자기 주도로 치러본 적 있는 그의 탈당은 안 의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김 전 대표의 기득권 포기가 전제되어야 할 가능성이 많다. 당에 남는다 해도 이미 친노인 한명숙 전 총리의 탈당을 주문한 문 대표가 김 전 대표의 공천을 보장해 줄지도 미지수다.

④ 박영선=리더십

박영선 의원은 안 의원의 탈당 전 천정배 의원, 문 대표까지 포함하는 통합전당대회를 주장했다. 성사됐다면 박 의원 자신도 전대 출마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가 속했던 통합행동의 방점도 사실상 50대 기수론을 통한 리더십 교체에 있었다. 이제 당은 문 대표 중심으로 돌아가고, 안 의원의 신당은 안 의원 것이다. 지난해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불명예 퇴진’한 박 의원에게 리더십 재건의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⑤ 김부겸=대구


김부겸 전 의원 측 관계자는 17일 “대구는 ‘호남당’도 싫지만 ‘친노당’도 별로”라며 “그렇다고 탈당을 한다면 ‘제 살길만 찾는 야비한 놈’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탈당 가능성을 막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재통합을 바란다는 것이다. 3번째 도전에 나서는 대구는 김부겸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⑥ 손학규=기회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한 측근은 18일 “정계 은퇴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의 바닥 조직은 꿈틀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의원 측 ‘국민회의’나 안 의원 측에서 지속적으로 ‘러브콜’이 온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 후 야권이 문 대표와 안 의원의 2개 정당체제가 된다면 손 전 고문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야권#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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