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저균보다 더 위험한 주한미군의 은폐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9일 00시 00분


주한미군이 탄저균 표본을 한국에 들여온 것은 올해 4월 한 차례가 아니라 모두 16차례로 드러났다. 한미 합동실무단이 17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미 15차례 탄저균 표본이 반입됐으며, 올 4월에는 탄저균 표본과 함께 페스트균 표본도 반입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측은 5월 탄저균 표본을 오산 기지로 들여와 실험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탄저균 관련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해명했다. 합동실무단 측은 “처음이라고 했던 것은 실시 중인 ‘주피터(JUPITR·미군 생물학전 대응) 프로그램’과 관련해 처음이라는 의미였을 뿐”이라고 발뺌했지만, 탄저균 반입 실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주한미군은 이번뿐만 아니라 2009년 이후 탄저균 반입과 관련된 구체적 명세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탄저균 페스트균 등 13종의 생물학 작용제를 보유하고 있고 테러 또는 전면전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미 양국의 분석이다. 북의 생화학무기에 대비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탄저균과 페스트균 표본을 선택해 실험하는 것을 우리 국민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혈맹국의 국민이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생화학무기의 실험과 훈련은 투명하고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미 양국은 2002년 훈련을 위해 이동 중이던 주한미군 장갑차에 중학생 효순·미선 양이 깔려 숨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일이 있다. 북의 불가측성이 심화되고 한미 간 빈틈없는 대북 공조가 절실한 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게 양국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다. 2006년에는 주한미군이 시체 방부제로 사용한 뒤 한강에 무단 방류한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생겨난 돌연변이 괴수가 서울시민을 덮친다는 영화 ‘괴물’이 1000만 관객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우리 국민이 주한미군에 대한 불신으로 이런 설정을 실제 상황으로 믿게 된다면 큰 불행이 될 수 있음을 한미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탄저균#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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