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잡고 수도권서 돌풍’ 20년전 DJ 역전극 꿈꾸는 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안철수 창당 선언] 안철수신당, 새정치聯과 정면승부

새정치聯 탈당 의원과 손잡은 안철수 안철수 의원(가운데)이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의원들과 함께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주홍 문병호 의원, 안 의원, 김동철 유성엽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정치聯 탈당 의원과 손잡은 안철수 안철수 의원(가운데)이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의원들과 함께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주홍 문병호 의원, 안 의원, 김동철 유성엽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겠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라는 단어를 10번,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의 원인이 된 ‘혁신’을 5번씩 언급했다. 자신의 브랜드인 ‘새 정치’ 이미지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안 의원의 첫 번째 관문은 당장 ‘내년 총선’이다. 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과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를 막는 데 성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2017년 대선정국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야권 분열의 책임론이 역풍으로 불 수 있다. 총선 전에 가시화할 ‘안철수 신당’이 그 시험대다.

○ ‘안철수당’ vs ‘문재인당’

안 의원은 이날 새정치연합과의 연대에 선을 그었다. ‘정면승부’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 관계자는 “결국 현역 의원은 물론이고 야권 출마 후보자들에게 ‘안철수당’이냐 ‘문재인당’이냐를 선택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50일도 남지 않은 창당 일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 전 연대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설(2월 8일) 연휴 이전에 창당하더라도 통상 후보자 검증 등 공천 작업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내년 3월 23일)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기자회견문에 내년 총선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다만 기자들의 질문에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일은 막겠다”며 ‘개헌 저지선’(101석)을 목표로 삼았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무당파 지지층을 뺏어 오느냐가 관건”이라며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해야 박근혜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야당과 경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이번 주부터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을 단장으로 창당 실무준비단을 가동하기로 했다. 안 의원이 탈당 8일 만에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낸 것은 ‘호남 민심’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민주당(현 새정치연합)과의 합당으로 중단됐던 안철수 신당 창당에 반신반의하는 지지층을 붙잡아 두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 안풍(安風), 수도권까지 북상할까

안 의원 측은 ‘강철수(강한 철수)’를 지지하는 호남 여론이 수도권까지 북상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이 ‘반(反)문재인’ 정서로 뭉친 호남에서 지지 기반을 탄탄히 다진 뒤 수도권까지 바람을 일으키면 제1 야당의 자리까지 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는 거부하면서도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추진하는 호남 신당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정계에 복귀하면서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민주당의 1996년 총선 결과가 안철수 신당의 모델로 거론된다. 당시 국민회의는 호남과 일부 수도권을 차지하면서 지역구에서 66석을 얻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9석에 그쳤다.

그러나 야권에서 갈라져 나온 제3당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종인 전 대통령경제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당사에서 제3당이 성공한 예는 없다”며 “총선을 계기로 신당이 출현했지만 모두 흡수됐다”고 지적했다.

○ 박영선 김부겸 거취가 분수령 될 듯

새정치연합 내에서 탈당 의사를 분명히 한 의원은 많지 않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여론이 이벤트성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다만 탈당이 가시권에 들어온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은 27일경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의원들은 오찬 회동에서 탈당을 논의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광주 쪽 의원들은 대부분 탈당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비주류의 한 축인 김한길 의원도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인 만큼 의원 10여 명이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문 대표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로 예정된 공천관리위원장 인선까지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를 임명할 경우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 중도 성향의 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의 거취가 안철수 신당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조만간 국회에서 가까운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내고 신당 창당 준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안철수#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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