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에서 야당의 ‘법안 끼워 넣기’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2일 정부 여당이 조속히 처리하길 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9개 법안과 사회보장기본법, 경제민주화 관련법 등 5, 6개 법안 연계 방침을 밝혔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또다시 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11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두고 보육 예산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등을 연계했다. 앞서 5월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 넣으면서 이를 합의해 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 국회의장 중재, 야당의 일방 불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입법 난항을 풀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와 쟁점 법안 관련 5개 상임위 간사를 소집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회동을 1시간여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결국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와 상임위 간사들만 참석하면서 정 의장의 중재는 파행으로 끝났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쟁점 법안 직권 상정 요구에 재차 “불가능하다”며 “(여야 합의를 위해) 하늘을 보고, 부처님을 보고, 조상님을 보고 기도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 야당 연계 방침에… 원유철 “입법 방해”
야당은 원샷법, 산재법, 북한인권법 등 3개 법안은 타협의 여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테러방지법 등 6개 법안은 선결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또 ‘법안 연계’ 카드를 들이밀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인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상견례 겸 만나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법안이 9개니 야당도 협상 테이블에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의 내용을 담은 9개의 법안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이에 합의해 줘야 양당이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쟁점 법안 처리에 급한 정부 여당에 관련이 없는 법안으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원 원내대표는 “야당이 합의 사항에 또 다른 법안을 가져와 합의를 어렵게 하는 건 일종의 입법 방해”라고 비난했다.
○ 여야 협상 어렵게 만드는 야당 내홍
야당이 내홍을 겪으면서 여야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류 측 문 대표와 이 정책위의장, 비주류 측 이 원내대표가 거리를 두며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야당 상황을 두고 “(문재인) 당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역할)도 겸하고 있고, 정책위의장이 원내수석 역할도 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혀를 찼다. 이어 “이런 식으로 가다간 원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이 할 일이 없어지는 상황이 생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자 문 대표가 ‘입법 전략회의’를 소집해 정책위의장, 상임위 간사 등과 쟁점 법안을 논의한 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좌클릭’을 예고한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이 원내대표의 과거 협상까지 끄집어내 비판했다. 2일 여야가 합의한 ‘원샷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정기국회 내 여야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를 두고 “그런 합의를 해 오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가 ‘합의해 처리되도록 노력한다’로 표현됐어야 한다고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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