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가의 ‘험지(險地) 출마론’이 새누리당 공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어찌 보면 당연한 전략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내 세력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총선의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의원들은 명망가 차출이 절실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략공천 배제’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경선을 통해 현역 의원 대부분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선거 구도가 ‘야권의 새 인물 대 여권의 기득권’ 프레임으로 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에게 여론의 주목을 받는 명망가의 험지 도전은 ‘여론시장’에서 손님을 끌 ‘쇼윈도’인 셈이다.
반면 친박계 핵심 의원은 2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험지 출마론은 전형적인 정치공학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의원 시절 험지 출마 요구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2011년 중순부터 당내에선 박 대통령의 험지 출마 요구가 적지 않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해 7월 “유권자에게 끝까지 신뢰를 지킬 것”이라며 지역구(대구 달성) 출마를 공식화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고, 비례대표 11번에 이름을 올렸다. 상당수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을 새누리당의 텃밭인 ‘TKK(대구, 경북, 서울 강남)’에 배치한 친박계가 험지 출마론 확산에 부담을 느낀다는 말도 나온다.
이날 안대희 전 대법관을 만나 험지 출마론에 시동을 건 김무성 대표도 자칫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험지 차출이 사실상 전략공천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험지에 출마하더라도) 경선을 거쳐야 해 특정인을 내리꽂는 전략공천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첫 회의를 연 공천제도 특별위원회에서는 ‘단수추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단수추천은 출중한 경쟁력을 가진 후보가 있으면 당내 다른 후보가 있더라도 경선 없이 공천을 주는 제도다. 사실상 전략공천과 다를 게 없다. 김 대표가 ‘또 후퇴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문대성 의원(부산 사하갑)은 총선 불출마와 함께 허남식 전 부산시장 지지를 선언했다. 부산 사하갑은 18대 국회 당시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지역구다. 허 전 시장은 현 수석이 만든 사하경제포럼 고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문 의원이 현 수석과 상의해 허 전 시장을 지지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의원은 19일 김 대표와도 불출마를 논의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김 대표 간 교감 속에 명망가 차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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