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의도발(發) 성탄절 선물은 없었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 시한이 초읽기에 몰렸지만 여야 지도부는 24일 담판 회동에서 결론을 내겠다는 생각이 애초 부족해 보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내부 사정으로 여야 모두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동 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야당이 26, 27일 잇달아 만나 쟁점을 좁혀 보겠다고 했다”며 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지만 연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 시작부터 예고된 ‘결렬’
오늘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2+2 회동을 주재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찬 자리에서 “회동이 3시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잘 안 된다면 주말이고 휴일이고 만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날 회동을 연내 처리를 위한 ‘최종 담판’이라고 강조했지만 쉽지 않은 만남이 될 것으로 예상한 것.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도 회동에 앞서 기자들에게 “협상 20분 만에 의장실을 박차고 나오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 사실상 여당과 합의할 생각이 없다는 뉘앙스였다.
실제로 회동에서는 웃지 못할 모습도 연출됐다. 당 내홍을 둘러싼 갈등으로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회동 도중 의장실 별실로 들어가 10분간 작전타임을 갖기도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두 사람이 사전 조율을 하지 않다가 회동에서 늑장 조율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회의가 진행되던 오후 5시경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의 눈을 피해 의장실을 빠져나갔다. 당내에서 제기된 험지 출마를 설득하려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만나러 간 것. 잠시 후 김 대표는 의장실로 돌아왔지만 문 대표도 떠나고 회동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결국 협상은 정 의장의 ‘예언’대로 2시간 15분 만에 결렬됐다. 양당 대표의 회동 전 모두 발언과 달리 ‘성탄절 선물’은 없었다.
○ “될 듯 말 듯” 결론 못 내는 쟁점 법안
성과라면 일부 쟁점 법안에 진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 올린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법 등 9개 법안이다. 이 중 서비스법과 북한인권법은 접점을 찾았다.
서비스법의 경우 야당이 공공성 약화 우려를 제기한 보건·의료 분야를 다른 서비스업보다 신중히 접근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에 보건의료 분야를 다룰 특별소위를 설치하기로 한 것.
그러나 기업의 사업재편 절차를 간소화하는 원샷법은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에 한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한 야당의 절충안을 여당이 거부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글로벌 경영 환경을 감안할 때 어느 업종에서든 구조조정 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여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업이나 업종을 명시할 경우 향후 쓸모없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의 경우 테러 대응을 총괄할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대신 국민안전처에 두는 법안을 야당이 새로 제출하며 다시 원점이 됐다. 국민안전처는 대테러 실무나 공작을 집행할 역량이 없다고 여당에 밝혀 왔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개혁 5법이다. 이날 협상에서 논의했지만 여야 누구도 회동 뒤 브리핑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5대 법안 중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2년→4년)과 파견 확대를 담은 기간제·파견근로자법은 야당이 “희대의 악법”이라고 규정한 만큼 앞으로도 절충이 쉽지 않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동개혁법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일단 합의를 본 경제·민생 법안만 31일 본회의에서 먼저 처리하고 노동개혁법은 선거구 획정안과 함께 내년으로 넘겨 임시국회가 끝나는 1월 8일 본회의에서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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