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선거구 획정 협상은 24일 담판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가 내년 4월 총선 때 유리한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 각자의 주장을 고수하는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탓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지역구과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는 획정 기준안 마련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과반수를 차지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의 선거제도 변화도 달갑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구 획정 등에서 변화를 줘야 야권의 의석수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각자 선거 때 유불리만 따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여야 협상 막판에 등장한 선거제도가 △최소의석 보장제도 △투표연령 하향 조정이다.
○ ‘비례대표 배정 방식’이 최대 쟁점
여야는 전체 의석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253석으로 7석 늘리고 비례대표는 47석으로 7석 줄이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이 우려되는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고육지책인 셈이다.
문제는 ‘비례대표 배정 방식’이다. 야당은 정당 득표비율에 따라 일정 의석을 보장해주자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기존 방식대로 정당 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면 된다고 버티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2+2 회동’에서 정당 득표율 3∼5%인 정당에는 3석을, 5% 이상에는 4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의 새로운 절충안을 내놨다. 당초 5% 이상은 5석 배정이었는데 1석을 줄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른바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한 최소의석 보장제다. 이럴 경우 야권은 총선에서 분열하더라도 최소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수 붕괴를 우려해 반대했다.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이 위력을 발휘하고 정의당과 제2의 통합진보당 등 소수당이 연합작전을 통해 각각 5% 득표 선거운동을 벌일 경우 선거 구도가 불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본 것이다.
○ 투표연령 낮추기도 힘겨루기
투표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방안도 논란이 계속됐다. 야당은 “투표연령을 낮추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선거권 확대를 주장했다. 하지만 속내는 투표연령 하한을 주장해 합의되지 않더라도 야권 성향이 강한 20∼30대 청년층의 당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은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수도권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표연령을 낮추는 걸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를 의식한 듯 야당은 당장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하지 않고 2017년 1월 이후 전국 선거에서 투표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절충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처럼 선거구 획정 기준안 마련을 놓고 여야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정의화 국회의장이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심사기간을 지정해 직권상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려는 안으로는 현행대로 지역구 의석인 246석, 비례대표 의석인 54석을 유지하는 안과 여야 잠정 합의안인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내년 1월 8일 직권상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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